50년 나이 차이가 무색한 프랑스 두 영화감독의 ‘시적 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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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로지에 감독의 ‘오루에 쪽으로’(위)와 기욤 브락 감독의 ‘전원, 승차!’ 한 장면. 영화의전당 제공

프랑스 출신, ‘변방의 작가’, ‘휴가’를 주로 다루는 감독….

자크 로지에(1926~) 감독과 기욤 브락(1977~) 감독의 공통점을 꼽자면 이렇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뀔 만큼의 세대 차이가 나는 두 감독이지만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자크 로지에 & 기욤 브락 특별전
영화의전당 31일까지 10편 상영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가 새해 첫 기획전으로 ‘자크 로지에 & 기욤 브락 특별전’을 22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한다.

한국에서는 두 감독의 작품이 한 번도 개봉한 적이 없어 관객에는 조금 생소한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두 감독 모두 프랑스 영화의 전통인 ‘시적 리얼리즘’을 계승한 ‘변방의 작가’로 주목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로지에 감독은 ‘여름과 해변의 작가’로 불리며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 한 명으로 극적 구성 대신 인물의 몸짓이나 말투, 소리에 주목해 즉흥적인 연출 스타일을 선보여왔다.

브락 감독의 경우 프랑스를 대표하는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작인 ‘전원, 승차!’(2020)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이번 특별전 상영작은 총 10편이다. 로지에 감독 작품은 데뷔작부터 만날 수 있다. 그의 장편 데뷔작 ‘아듀 필리핀’(1962)은 누벨바그의 시초로 불릴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은 코르시카로 휴가를 떠나는 3명의 이야기로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을 통해 당대 프랑스 젊은이의 삶을 다뤘다.

파리에 사는 세 친구가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 이야기 ‘오루에 쪽으로’(1971), 무인도 생활을 체험하는 여행상품 ‘로빈슨 프로젝트’를 통해 여행을 떠난 인물들의 이야기 ‘거북섬의 표류자들’(1976),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만나 함께 여행하는 내용의 ‘맨느 오세앙’(1986)까지 총 4작품을 상영한다.

브락 감독의 작품으로는 단편과 중편 각 1편, 장편 4편이 준비돼 있다. 단편 ‘조난’(2009)은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바퀴가 터져 시골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뤽’과 그를 도와주는 ‘실뱅’의 이야기다. 중편 ‘여자 없는 세상’(2011)은 ‘조난’의 후속작으로 해변 숙소 관리인 ‘실뱅’이 휴가 온 모녀를 맴돌며 겪는 감정을 다뤘다. 두 작품을 묶어 상영한다.

‘토네르’(2013)는 브락 감독의 첫 장편으로 어느 로커가 고향 집을 방문해 만난 신문기자와 사랑에 빠지며 겪는 감정의 변화를 다룬 작품이다.

‘7월 이야기’(2017)는 7월의 파리를 배경으로 근교 야외 수영장으로 떠난 남녀에게 벌어지는 일과 노르웨이에서 온 유학생이 파리에서 세 남자와 얽힌 두 이야기를 담았다. ‘보물섬’(2018)은 파리 교외 휴양지에 모여든 여러 사람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마지막으로 BIFF에 초청된 ‘전원, 승차!’는 남프랑스로 휴가를 떠난 청춘 남녀의 이야기로 인종 차별, 빈부 격차 같은 사회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다.

영화의전당 허문영 프로그램디렉터는 “이들의 작고 부드럽지만, 한없이 강인한 영화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에 역설적으로 시네마의 존재 이유를 증언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든다”고 설명했다. 관람료 7000원, 유료회원·청소년·경로 5000원. 문의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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