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55) ‘Schindler’s List(Soundtrack from the motion picture)’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는 1994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구니스’ 등 오락적 재미를 가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성기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필버그 감독이 ‘쉰들러 리스트’를 연출했다는 것은 당시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전에 ‘컬러 퍼플’ 등 메시지가 묵직한 작품들을 연출했던 감독이기에 기대 또한 상당했었지요.

‘쉰들러 리스트’는 국내 개봉 당시 충무로에 있는 대한극장에서 상영했습니다. 그때 대한극장은 멀티플렉스가 아닌 국내에서 가장 큰 스크린을 가진 극장으로 유명했습니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접한 저는 큰 스크린에서 흑백으로 상영되는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또 일부에 사용된 컬러 장면에 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할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치의 학살과 유대인의 참혹한 실상을 그린 이 영화에서 분명한 것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작품 중 가장 감정적이라는 것입니다. 또 감독이 그 감정을 관객에게 스스럼없이 요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이 스필버그의 영화 중 가장 감동적인 작품으로 ‘쉰들러 리스트’를 꼽는 것이겠지요. 음악은 이런 감독의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한 장치 중 하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쉰들러 리스트’의 사운드트랙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메인 테마 멜로디를 너무 도드라지게 해서 오히려 정서가 신파에 가깝게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이 사운드트랙을 꺼내 들었습니다. 개봉에서 25년 넘게 지난 지금 이 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고, 세기의 바이올린 연주자 이츠하크 펄먼(Itzhak Perlman)이 함께 들려주는 멜로디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이 영화와 함께 어디를 향해 가고 싶었던 것인가’를 명백히 합니다. 어쩌면 사운드트랙이라기보다 영화를 주제로 한 교향곡에 더 가깝습니다. 그렇기에 이 음악은 존 윌리엄스의 작품 중 가장 고전적이며 장엄합니다.

대한극장에서 학창 시절 이 영화를 관람했던 저는 이후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너무 자연스럽게 이것이 실제의 연주가 아닌 가상의 악기나 컴퓨터로 구현될 수 있는지, 어디까지가 실제 연주일까 등의 생각이 스쳐 갑니다. 일종의 직업적 습관 같은 것일 텐데요.

지금 시대에 이 영화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컴퓨터로 똑같이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그렇습니다’입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아직 명작을 완성할 수 있게 하지는 못합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음악 제작 산업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중심에는 오직 음악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 사운드트랙이 다시 한번 일깨우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