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양법연구센터 세종시 이전, 균형발전 역행하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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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이전해 온 공공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일부 조직을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해양정책연구소를 해양법·정책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면서 산하에 해양법연구센터를 신설했는데, 이를 먼저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다음 달 세종사무소 개소 뒤에는 3년 안에 연구소 전체를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게 핵심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채 뿌리내리기도 전에, 그리고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이 논의되는 판국에 어째서 이런 수도권 중심주의 시선이 다시 발흥하는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구태의연한 발상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노력에 찬물
KIOST ‘탈부산’ 추진 당장 멈춰야

KIOST 해양법·정책연구소는 과거 해양수산 분야 연구소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와의 합병에 따라 KMI로 옮긴 일부 연구원들이 다시 KIOST로 복귀하면서 만든 부서라고 한다. 연구 인원이 20여 명밖에 되지 않을 만큼 규모가 작아 부설기관이 되기 힘들었던 연구소가 이렇듯 확대 개편과 세종시 이전이라는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해양수산부의 의지와 KIOST와의 교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수부는 이미 신규 인력 채용과 예산 배분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지하다시피, 해양법연구소의 설립 취지는 독도 관련 문제나 영토 분쟁 같은 해양법 이슈에 선제적 대응을 하는 데 있다. 독도 관련 이슈와 해양법 관련 연구는 동삼동 해양클러스터 내 KMI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해 오고 있는 분야다. 이미 오랜 경험과 연구 기반, 교육 역량이 축적돼 있는 만큼, 연구소가 세종시로 옮겨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이 집적된 동삼동 클러스터를 활용한다면 효율적인 공동연구는 물론이고 전문가 양성 측면에서 장점이 더 많다. 연구소 이전보다는 부산에 있는 KIOST와 KMI의 연구 역량을 합치도록 돕는 게 최상의 해법이라는 뜻이다. 부산 영도는 해양법 연구와 교육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7년 경기도 안산에서 부산 영도 해양클러스터로 옮겨 온 KIOST는 부산 이전 해양수산 분야 공공기관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영도 해양클러스터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다양한 이점들을 해수부가 모를 리 없다. KIOST가 부산에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연구소 이전을 도모하는 것은 뿌리 깊은 수도권 중심주의, 그것을 등에 업은 부처 이기주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렵사리 진행돼 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요, 자칫 부산 이전 공공기관의 역(逆) 지방 이전을 부추기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다. 해수부와 KIOST는 시대에 역행하는 연구소 이전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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