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응 효과? 부산 고독사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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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동대신동에 사는 6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중순 집 안에서 맥없이 누운 채로 발견됐다. A 씨를 찾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가 집 근처 슈퍼마켓 주인 B 씨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사러 오던 A 씨가 사흘째 보이지 않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자 구청에 신고를 했다. 결국 구청 공무원이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 A 씨를 발견한 것이다. 영양실조 상태로 구조된 A 씨는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B 씨는 지난해 새로 임명된 이른바 ‘동네 감초단’의 멤버였다.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공무원 자원이 부족해지자 관련 예산을 편성해 B 씨와 같은 민간 자원을 대폭 늘린 것이다. 동네 복지사각을 해소하기 위해 동원된 B 씨가 고독사를 막아낸 셈이다.

2017년 40명서 지난해 17명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져
이웃 주민 활용 복지사각 해소
재난지원금 지급·안전문자 등
궁핍·박탈감 완화에 도움 평가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부산에서 고독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로 인해 복지 서비스를 받는 대상과 방식 모두 크게 변해 예방 효과를 거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지자체 고독사 대응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17건이다. 이는 2017년 40건, 2018년 28건, 2019년 27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됐지만 오히려 고독사 사례는 급감한 것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를 코로나로 인한 취약계층 관리 방식 변화가 원인이라고 본다. 2018~2019년 고독사 연구를 담당한 부산복지개발원 박선희 정책기획실장은 “이전에는 취약계층이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복지관에 가야 했지만 코로나로 직접 방문이 어려워졌다”며 "비대면으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존 공공복지 인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했고, 그 대안으로 민간 인력의 풀을 대폭 늘렸다. 결국 이웃이 고독사 위험가구를 관리하게 한 것이 유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가 확산한 지난해부터 일선 구·군에서 코로나 방역 모니터링을 겸해 고독사 예방까지 맡게 된 주민이 크게 늘었다. 부산 서구청은 세탁소, 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동네 주민들을 ‘동네 감초단’으로 임명해 위기가구를 발굴하도록 하고 있다. ‘동네 감초단’ 인원은 2019년 3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부산시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 12명으로 늘었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부산시가 ‘고독사 예방 프로그램’ 지원 예산을 편성한 게 현장에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전 국민에게 전달된 코로나 재난안전문자와 긴급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박민성 의원은 "고독사에 노출된 이들은 ‘나만 소외됐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재난안전문자가 계속 울리면서 사회와 연결된 것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복지 사각지대가 보완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지역사회 돌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실장은 "지난해 고독사가 크게 줄어든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웃 주민이나 자원봉사자에게 기대는 복지 시스템은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역사회 돌봄과 관련된 지원을 늘려야 고독사를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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