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시일 내 만나자”… 文 ‘바이든 주파수’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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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및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제46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바이든 시대’를 열었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직업정치인이 세 번째 도전 끝에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다.

취임하는 날 외교라인 전격 교체
축전 통해 한·미 정상회담 의지
외교안보 이례적 대면 보고도 받아
남·북·미 대화 대전환 이룰지 주목


바이든 대통령은 노선과 정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철저히 차별화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공언해 국제사회 질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그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취임선서와 취임사를 하고 대통령직 업무를 개시했다. 취임식에서는 “미국이 위기와 도전의 순간을 맞고 있다. 통합이 전진의 길”이라며 화합과 단결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염병 대유행과 경기 침체, 극심한 내부 분열 등 미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의 복합적 위기 속에 출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인 듯 취임사 대부분은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기 위한 국내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시대’가 열림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 정부가 중국 중심의 외교에 치중하면서 한·미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한국은 자유를 향한 미국의 길을 항상 신뢰하며 굳건한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시작은 민주주의를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을 향한 여정을 우리 국민과 함께 성원한다”고 했다. ‘하나 된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통합과 질서로 미국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취임사에서 내건 화두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축하전문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직접 만나 우의와 신뢰를 다지고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길 기원한다”며 한·미 정상회담 조기 성사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안보라인을 재정비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018년 ‘한반도의 봄’을 이끈 주역으로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히 조율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가장 우선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내정했다. 김 신임 2차장은 외무고시(17회) 출신으로, 주미국 공사참사관, 외교부 북미1과장, 북미국장, 기획조정실장, 차관보, 주벨기에 대사 등의 요직을 거친 ‘미국통’이다.

가장 신뢰하는 외교·안보분야 참모를 외교부 수장으로 앉히고, 미국 사정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 인사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배치함으로써 미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이어 외교·안보 부처(외교·통일·국방부)의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가 진행됐다. 다른 부처의 업무보고가 서면이나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리는 것과 달리 이들 부처는 대면 보고로 열렸다. 바이든 행정부 등장에 따라 외교·안보 정책방향 점검의 중요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기반으로 남·북·미 대화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총력전을 전개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이행, 한·미 전작권 전환 가속화 등의 업무현황을 보고했다. 통일부의 경우 남북 연락채널 복구,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박석호·민지형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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