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가이아(Gaia)와 생태계처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상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가이아(Gaia)’는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다. 그리스 신화에 여신의 이름으로 등장하는 가이아는 ‘대지’나 역동적인 ‘지구’를 뜻한다. 지구는 기후변화나 생태계 변화 등 온갖 환경변화를 겪는데, 그 변화에 대응하여 살아가는 생명체와 같이 호흡하고 반응하면서 스스로를 조율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에 걸친 지구환경 변화를 진화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태계도 가이아와 비슷한 함의를 갖고 있다. 생태계는 생물군집이나 그 군집을 둘러싼 비생물적 환경의 유기적인 집합 혹은 시스템을 일컫는다. 물론 해양에도 해양생태계가 있고, 그 아래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서브 생태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플랑크톤 생태계, 어류 생태계 등이 그것이다. ‘가이아 이론’과 마찬가지로 생태계도 살아 있는 생물처럼 주변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면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 생태계의 이런 개념은 해양산업이나 도시발전 등 변동성이 많은 특정 환경에도 적용된다. 오랜 고민 끝에 내려진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도 부산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을 아우르며 균형발전을 위한 생태적 지위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또 한창 진행 중인 북항 개발에 따른 교통이나 주거환경에 대한 생태계 변화를 예상해 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산시 생태적 어려움에 직면
인구 최고점 대비 12%나 감소
제도 개선으로 나쁜 환경 극복
살아 있는 역동적인 도시 기약


최근 들어 부산시가 생태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것은 부산시의 인구생태계, 환경생태계, 산업생태계, 해양도시생태계 등이 자율적으로 조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부산시라는 거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몇몇 서브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과 환경이 적절해야 한다. 식물생태계나 해양생태계의 경우, 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식물이나 생물이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구성원을 지탱해 주는 기본 에너지인 빛과 물이 있어야 한다. 빛과 물은 구성원의 뼈대가 되는 환경인 것이다.

부산이라는 생태계에도 여러 개의 서브 생태계가 있는데 그 중 인구생태계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가장 우선된다. 부산시 생태계가 지속가능하려면 기본 조건인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부산시 인구는 1990년 최고점인 385만 명에 달했고, 2020년 현재는 최고점 대비 약 12%가 감소한 345만 명 정도다. 도시 생태계에 구성원이 필수 요소인 점을 감안한다면, 감소하는 구성원과 그에 걸맞은 환경요소가 적절히 배치되고 설계되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과 환경의 적절한 배치는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에서 구성원과 환경이 중심축이듯이, 부산시 생태계에서도 구성원인 사람과 더불어 환경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가덕신공항, 북항 개발, 해양산업 메카로서의 부산, 해양 클러스터 등등은 도시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환경 항목이다. 문제는 부산시가 어디에 방점을 둘 것인가이다. 어떤 항목은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최상부에 위치할 수도 있고, 어떤 항목은 전체 생태계를 위해 다소의 희생을 강요당할 수도 있다.

자연생태계는 먹이연쇄 법칙과 구성원 간의 먹이사슬을 통해 생태계의 유연한 관계를 유지한다. 부산시가 지향해야 할 생태계도 일련의 먹이사슬에 놓인 다양한 요소들 간의 경쟁과 협력, 양보를 통해 자율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지속가능한 부산시 생태계를 위해 구성원 및 환경과 더불어 한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그것은 구성원들이 만드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구성원을 유입시키는 호의적인 환경,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규제, 먹이사슬과 같은 냉엄한 환경을 완화시키는 규칙이 필요하다. 잘 정비된 제도하에서 환경이 좋지 않은 도시나 국가도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사례가 무수히 많다. 아무리 환경이 좋고 천연자원이 풍족해도 잘못된 제도 때문에 쇠락한 도시도 수없이 많다. 따라서 부산시 생태계의 주인은 누가 뭐래도 구성원인 사람이기 때문에 제도가 환경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우리나라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순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을 두고 난리법석이다. 즉,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생태계를 구성하는 환경도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이런 인구생태계와 환경을 개선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 하나의 숙제가 또 다른 숙제를 낳고, 생태계는 점점 더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부산시도 이와 비슷한 처지다.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무수한 것을 배우며 살아왔다. 자연에 진리가 있고 답이 있음을 안다. 거대도시 부산시도 가이아와 생태계로부터 배워야 한다. 부산시를 가이아와 생태계처럼 생명이 살아 있는 역동적인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