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미 끝난 선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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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정치부장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두고 이런 말이 훨씬 많이 들렸다.

“다음 부산시장은 국민의힘 쪽에서 되겠지.”

“더불어민주당에선 나와 봐야 힘든 거 아닌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한동안 국민의힘 독무대로 이어지는 듯했다. 국민의힘 내부나 지지자들 사이에선 “벌써 이긴 선거나 다름없다”는 말이 쉽사리 오갔다. 민주당 쪽에서도 이런 관측에 굳이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였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초반 우세 분위기에
“벌써 이긴 선거” 성급한 자신감
지도부 가덕신공항 폄하 점입가경
부울경 지역민심 외면 행보
선거 민심 어디로 흐를지 몰라



민주당이 배출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어이없는 성범죄에서 비롯된 보선인 데다 여당 지지율도 낮아 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이 지역을 지배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최근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국민의힘을 앞질렀다. 리얼미터, 한길리서치 등 전문기관들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다.

정당 지지도에서 국민의힘에 한참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여당이 판세를 뒤집은 것이다. 상당한 이변이다. 여유만만 하던 국민의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오만은 화를 부른다. 국민의힘 최근 태도를 보면 부울경 정당 지지율 역전 현상이 어색하지 않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사령탑이 부울경을 홀대한 반작용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이 드는 까닭이다.

국민의힘의 최근 가덕신공항 폄하 행보는 점입가경이다. 부울경의 열망을 우롱하는 듯하다. 부산시장 보선을 포기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태도다.

김종인 위원장은 최근 “가덕도(신공항) 하나 한다고 해서 부산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다시 불을 질렀다. 불과 석 달여 전 그는 부산에서 부울경 공항 문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참 무성의했다.

가덕신공항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그가 별안간 가덕신공항과 부산경제의 복잡한 함수관계를 논하는 건 무슨 자신감일까. 관심도 없던 사람이 벼락치기로 가덕신공항에 대해 겉핥기 공부라도 한 모양이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혀 다른 이의 해석인 것 같은 이 말은 4년여 전 김종인의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시절 그는 부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산시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상황에 따라 제멋대로 입장을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인’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부울경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가덕신공항을 언급하며 “악선례”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덕신공항 특별법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설상가상이다.

국민의힘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추진에 줄곧 어깃장을 놓고 있다. 당 지도부가 특별법 훼방 놓기에 앞장선다. 부울경을 버린 제1야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게 무리도 아니다.

난립한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선 예비후보자들의 중구난방, 난타전도 볼썽사납다. 후보 상당수가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선거에서 다 이긴 걸로 착각하는 듯하다. 아군을 향한 분별 없는 ‘총질’은 자멸의 지름길이다.

깃발만 꽂으면 이기던 시절은 지나갔다. 부산사람들이 아둔한 2류 유권자는 아니다. 만만하게 여기면 되치기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부울경 지역 민심을 거스르는 사이 민주당은 반전 공세에 나섰다. 보궐선거를 부른 자책감을 털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부울경을 끌어안으려는 모습이다.

행정부 장관을 지낸 토박이 정치인 김영춘, 부산시정을 이끄는 현직 부산시장 권한대행 변성완, 시민 대의기관 부산시의회 의장 출신 시의원 박인영. 민주당 부산시장 보선 예비후보 3인 진용은 황금분할 구도를 갖춘 모양새다. 서로 크게 겹치지 않으면서 각자의 영역에서 자질을 길렀다는 평이다.

이들은 서로를 헐뜯지도, 깎아내리지도 않는다. 국민의힘 쪽과는 많이 대비된다.

물론 민주당의 작전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보선 기간 동안 여권에서 앞으로 어떤 헛발질이 나올지도 알 수가 없다.

민심은 이리저리 변한다. 잔잔한 호수와 같다가 때로는 성난 바람으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민심에 따라 선거 판세도 출렁인다. 4월 7일 선거일까지 아무 것도 정해진 건 없다.

선택은 부산시민의 몫이다. 여야 어느 쪽이든 벌써 끝난 선거라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오판으로 인한 오만은 자멸을 부를 수도 있다.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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