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시장상인회 68세 직원, ‘해고’에 울고 ‘갑질’에 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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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을 시장 입구에 놓고 일하라니… 수치심에 몸이 떨렸습니다.”

부산 북구 구포시장 상인회 소속 직원 김 모(68) 씨는 지난달 8년간 일해온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고령의 나이에 얻은 소중한 직장이었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상사의 ‘갑질’ 때문이다. 김 씨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노동위)에 부당 업무 지시 등 갑질 문제를 제소해둔 상태다.

부당해고 판정 받고 출근했으나
“시장 입구서 일하라” 황당 요구
“노동위 신고에 대한 보복” 주장

김 씨는 지난해 8월 구포시장 상인회 A 회장으로부터 ‘계약이 만료됐다’며 부당해고를 당했다. 그러나 김 씨의 구제신청을 받은 노동위는 조사를 거쳐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계약 기간 만료에 쌍방의 합의가 없었고, 만료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위는 상인회에 김 씨의 원직 복직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초 김 씨는 노동위의 원직 복직 명령을 앞세워 들뜬 마음으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부당한 지시였다. 김 씨의 자리는 다른 이에게 넘어간 지 오래였다.

대신, 김 씨에게는 황당한 업무가 내려왔다. 한파가 한창인데 ‘사무실 책상을 빼서 시장 입구에 두고 일해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업무였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아니었다. 업무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었고, 다른 직원들도 경험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사실상 시장 입구에 책상을 설치하고 의자에 앉아있으라는 것이었다. 그는 “68세의 고령자를 하루종일 밖에서 벌 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8년동안 열심히 일해왔는데 갑자기 이런 지시가 내려와 수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손자 등 세 명과 함께 살며 가족 생계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월급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부당한 업무에 항의하다 지친 김 씨는 결국 출근을 포기했다.

그는 상인회로부터 부당해고된 기간의 임금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동위 판정서에는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 정상액을 지급하라’는 주문이 담겨있다.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상인회 측은 노동위의 부당해고 판결은 인정하나, 갑질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A 회장은 “김 씨에게 맡긴 업무는 고객 관리를 하라는 취지에서 지시를 내린 것이다. 부당한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김 씨가 복직하기 전에 그 자리를 도맡아 일하던 직원이 있어서 복직한 김 씨에게 다른 업무를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곽진석·탁경륜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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