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마저 비트는 ‘가스공사 몽니’, 어민들 뿔났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거제·통영·고성 어민 700여 명이 2017년 9월 한국가스공사 통영기지 앞에서 “가스공사는 염소와 패류 소음 피해를 인정한 용역 최종보고서를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일보DB

속보=한국가스공사가 자사에 불리한 어업피해 용역 보고서를 낸 한국해양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져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는 <부산일보>보도(1월 22일 자 3면)를 반박하려 배포한 공식 해명자료가 다시 논쟁 불씨가 되고 있다. 보상과 무관한 판결이라는 게 해명 요지인데, 어민들은 법원 판결마저 부정하려 든다며 분통이다.

‘패소’ 본보 보도에 해명자료 내
“어업피해보다 용역 수행 판단”
1·2차 걸쳐 686억 보상 주장
어민들 “잘못 인정, 빨리 보상을”

가스공사는 지난 22일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본 소송은 해양대 용역에 대한 원상회복 소송으로, 어업 피해 여부보다는 용역 수행 여부에 중점을 두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해양대가 성실한 계약 수행을 요구하는 당사의 요청을 수차례 거부해 부득이 소송을 진행했고, 이는 본 소송 판결에서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다른 잔류 염소 발생원에 대한 조사와 현장 소음 관측 실증 실험 등의 의무 불이행을 판결이 인정한 만큼 이에 대한 추가 법적 다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당 용역은 염소와 소음에 대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으로, 금액을 산정하는 용역이 아니며 보도에서 언급된 ‘최대 550억 원으로 추정되는 추가 피해 보상금’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가스공사는 ‘안정국가산단 건설’과 관련해 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2002년 약 330억 원을 보상(1차)했고, 이후 ‘통영기지 운영 및 제2부두 건설공사’에 따른 어업 피해에 대해 2015년 약 356억 원을 보상(2차)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어민들은 “대한민국 최대 공기업이 스스로 발주한 용역 결과조차 인정할 수 없다며 억지더니, 이제 법의 심판마저 묵살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사가 해명자료에 통영기지 주변 어업피해에 대해 이미 2차례에 걸쳐 686억 원을 보상했다는 점을 강조한 데 대해 “어민을 이중 삼중으로 보상금을 챙기려는 무뢰배로 매도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거제통영고성어업피해손실보상대책위원회 손병일 위원장은 “1차 보상이라고 한 것은 공단 조성에 따른 것으로 LNG기지와는 연관이 없고, 그마저도 시공사 대우건설과 함께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가스공사와 대책위는 2008년 통영기지 가동에 따른 어업피해 보상 약정을 맺었다. 가스공사는 이에 따른 보상금으로 550억 원을 통영수협에 예치했다. 이후 용역을 맡은 해양대는 1차 용역 보고서에서 염소와 패류 소음 피해를 인정했다. 그런데 공사는 4계절이 아닌 2계절만 조사해 법적 요건에 미달하는 데다, 청각기관이 없이 패류는 소음 피해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몽니를 부렸다. 결국 양측은 냉배수와 뻘가루(분이) 확산 관련 피해 보상을 먼저 한 뒤 추가 용역을 통해 잔류염소·소음의 인과관계가 규명되면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바로 추가 용역 최종보고서다. 역시 해양대가 수행한 이번 용역에서도 염소와 소음으로 인한 어업피해를 인정하자, 가스공사는 선지급한 용역비 13억 1600만 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가스공사가 잔류염소의 위해성을 알면서도 뒤따를 추가 분쟁을 우려해 무리수를 둔다고 지적한다. 손 위원장은 “가스공사는 이미 관련 용역비로만 100억 원 이상을 썼다”며 “이번 소송 과정에 가스공사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이번 용역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인즉, 통영기지 외에도 비슷한 곳이 많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최대 공기업답게 이제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