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조교사 버젓이 정상 근무시킨 한국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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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부산일보DB

고 문중원 기수의 사망 사건과 관련된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 2명이 검찰 기소 후에도 정상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마사회는 언론에 해당 조교사와 간부급 인사가 기소됐다는 보도(부산일보 1월 14일 자 10면 등 보도)가 나온 후에야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내부 비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높다.

기소 3주 지난 뒤 업무정지 조치
여론 떠밀려 마지못해 늑장 대응
마사회 자정능력 근본적 의구심
내부 문제 제기부터 활성화해야

한국마사회는 지난 23일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 2명에게 내달 3일부터 상벌위원회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업무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이 해당 조교사를 기소한 지 3주나 지난 뒤에 업무정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마사회가 여론에 떠밀려 늑장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마사회는 2019년 말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이후부터 줄곧 여론에 떠밀려 ‘사후약방문’식 조치로 일관해 왔다. 조교사 개업 심사만 해도 지난해 초부터 ‘옥상옥 심사’라며 폐지 여론이 불거졌지만, 농림축산식품부 행정지도까지 받고 10개월이 지나서야 폐지 결정을 내렸다. 경마공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연구도 문 기수 사망 이후 수개월이 지나 첫발을 떼기도 했다.

여기에 기소된 조교사 업무정지마저 미적대면서 외부에서는 한국마사회 내 자정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마사회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경마 종사자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외부에서는 경마장 내 현실을 들여다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경남경마공원의 한 기수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발언권이 생기고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문 기수 사건 이후 전국 최초로 설립된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노조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마 산업 전반에 걸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징계권을 자의적으로 활용하고, 내부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취재진과 접촉한 한 마필관리사는 “이번 경우처럼 업무 정지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지만, 품위 위반이라는 주관적 징계로 압박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기수나 조교사나 찍히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늘 사로잡혀 있다”고 귀띔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고광용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은 "경마공원 내부에서 각종 문제가 터져도 외부 감시나 지적이 없으면 사실상 눈에 띄게 바뀐 점이 없었다"며 "아직까지 경마 종사자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지 못해 각종 부조리를 줄여나가려면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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