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준비에 공을 들였던 유럽이 코로나19 백신 고갈 사태에 직면했다. 일부 EU회원국은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날 수도 마드리드에서 백신이 부족해짐에 따라 2주간 접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북동부 카탈루냐주에서도 중단 가능성이 언급됐다. 이로서 스페인은 유럽에서 접종 중단이 현실화된 첫 나라가 됐다.

1분기, 예상량의 40%에 그칠듯
EU “제조사, 약속 물량 불이행”
아스트라제네카 “공급의무 없다”
브렉시트 상황에 英 생산 분량
유럽행이냐 영국행이냐 갈등도


이에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3일 백신 공급 지연 사태과 관련, 화이자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를 상대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제조사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급 물량을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분기 백신 공급량이 기존에 약속된 물량의 40%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EU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상대로 EU 회원국 밖에서 생산한 물량도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백신 공급을 하기로 한 공장 4곳 중 2곳은 영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에 "계약상 공급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이날 “EU 내에서 백신 원료를 배양하는데 생산성이 낮아 공급이 늦춰지는 것”이라며 “영국과의 계약은 EU보다 석 달 전에 체결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백신 대란을 두고 EU 집행위원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야당 정치인들은 EU 집행위가 27개 회원국에 공급할 23억 회 분량의 백신 계약을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등 주요 제조사와 체결했는데, 이중 일부 계약은 미국, 영국보다 몇주 정도 뒤처졌다고 주장했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영국 매체인 더타임스는 이날 “EU가 영국 공장에서 만든 백신 수천만 회 분을 유럽으로 돌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브렉시트 이후 심해진 EU와 영국 간 갈등이 정치적으로 고조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더타임스는 앞서 독일 당국이 벨기에에서 생산한 화이자 백신의 영국 수출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이러한 정치적 갈등에는 독일의 협박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