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애초 라틴아메리카는 ‘축복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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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 라틴아메리카 / 장재준

대부분의 한국인에게 라틴아메리카는 멀다. 멀어서 멀고 몰라서 멀다. 그런데도 이 책에서 만나는 라틴아메리카는 기대만큼 친절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인 저자는 지구의 중심이 마치 라틴아메리카에 머물러있기라도 하듯,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경제, 문화를 다룬다. 국경을 둘러싼 멕시코와 미국의 갈등에서 허쉬 초콜릿으로 대변되는 달달한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경계에 선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라틴아메리카와 사탕수수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흥미롭다. 애초의 라틴아메리카는 축복의 땅이고 바다였다. 그 땅에서 사탕수수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서구에 의해 발견된 사탕수수와 카카오는 수 세기 동안 그 땅의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설탕으로 일어선 쿠바가 설탕으로 녹아내리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실감한다.

무엇보다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페루 북부 해안의 모체(Moche) 문명이 남긴 사람 얼굴 모양 토기의 미소가 똑 닮았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이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선한 발상이다. 책은 멀고 생소한 라틴아메리카로 안내하는 나침판이 될 터이다. 장재준 지음/의미와재미/292쪽/1만 7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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