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에만 오면 맥 못 추는 KT “너거 부산 팀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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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지난 24일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부산 KT와 창원 LG의 경기에서 KT 허훈이 LG 화이트의 수비를 피해 패스를 하고 있다. 윤민호 프리랜서 yunmino@

남자 프로농구 부산 KT 소닉붐이 홈경기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 소닉붐은 지난 24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 세이커스와의 홈경기에서 77-81로 패배했다. KT는 최근 허훈과 양홍석 등 젊은 주전을 앞세워 상승세를 달리며 리그 4위에 올랐지만, 안방에서 리그 하위권인 9위 LG에게 덜미를 잡히는 굴욕을 당했다.

1월 부산 5경기서 고작 1승
승률 홈 4할대·원정 6할대
홈 부진에 상승세 꺾여 중위권
경기도 수원에 숙소·훈련장
장거리 이동에 ‘사실상 원정’
클럽하우스 마련 ‘정착’ 시급

KT는 이달 열린 총 5번의 홈경기에서 단 1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것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삼성에 끌려다니다 진땀승을 거둬 간신히 이달 홈 전패를 면했다.

KT의 홈경기 약세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8일 현재 32경기를 치른 KT는 홈에서 열린 17경기에서 단 7경기 승리 밖에 건지지 못했다. 반면 16번의 원정에서는 10승을 거둬 원정 강팀의 면모를 드러냈다.

평소 KT는 연고지 ‘부산’과의 밀착이 약하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여기에 홈경기 부진까지 겹치며 과연 ‘부산팀’이 맞느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KT 선수들에게 부산 홈경기는 사실상 가장 이동거리가 먼 원정 경기나 다름없다. KT 소닉붐은 평소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KT빅토리움’에서 훈련과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소닉붐의 주요 선수들의 자택 역시 훈련장 인근 수도권에 있다.

모든 훈련을 수원에서 마치고 홈경기를 하러 부산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면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된다. 선수들에게는 서울, 인천, 안양, 고양 등 이동거리가 짧은 수도권 구단 원정 경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같은 팀 운영과 함께 구단주의 ‘손바뀜’으로 광주광역시, 전남 여수, 부산 등으로 연고를 옮겨 떠돌았던 역사는 KT가 다시 부산을 떠나 연고지를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산다. 실제 2017년에는 KT가 수원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퍼지며 구단이 해명에 진땀을 빼기도 했다.

KBL은 2022-2023 시즌 종료까지 훈련장과 숙소를 연고지에 두는 정착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기조에 맞춰 창원 LG, 고양 오리온, 원주 DB, 안양 KGC인삼공사, 인천 전자랜드 등이 이미 정착을 마쳤다. KT는 정해진 기한을 꽉 채울 모양새다.

KT에게도 나름 복잡한 속사정은 있다. KT 관계자는 “부산시에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가장 비싼 경기장 대관료를 지원하지만 시의 지원은 거의 없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연고지 정착 문제 역시 클럽하우스 부지 선정 등에 대해 시가 미온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KT 역시 시에 숙제를 미뤄놓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2023년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 이제부터 연고지 정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KT는 오는 2월 7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서울 SK 나이츠를 상대로 홈경기 부진 털기에 나선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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