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서 활동 원하는 벨기에 기업·예술인, 교육자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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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대사

“부산은 벨기에 참전용사들이 험난한 여정을 마치고 처음으로 만난 한국 땅이라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피터 레스쿠이에(60) 주한벨기에대사는 한국·벨기에 수교 120주년이자 벨기에군의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과 벨기에의 인연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벨기에군의 참전과 희생은 우호 관계의 명백한 증거로, 지금도 한국과의 회담에서 종종 언급되며 감사 인사를 받는다고 했다. 다른 참전국과 달리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참전용사가 없어 활동을 많이 펼치지 못했다는 레스쿠이에 대사는 지난 27일 참전 70주년을 맞아 유엔기념공원에서 처음으로 헌화와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웨스틴 조선 호텔서 열린 기념식에서 한국전쟁 당시 벨기에 참전 용사들이 선발 과정에서부터 한국에 도착하기까지의 내용을 기록한 다이어리를 한국어로 번역해 당시 사진과 함께 처음으로 공개했다”고 밝혔다.

한국전 참전 70주년 유엔공원 참배
수교 120주년 맞아 협력 강화 앞장
부산 BISFF·국제연극제 참여 계획

벨기에는 부산·울산·경남과의 인연이 깊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가 있는 벨기에 앤트워프시는 부산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며 “울산에는 한국 내 최대 규모의 벨기에 투자처로 꼽히는 세계 첨단 화학기업 ‘솔베이’의 주요 생산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수교 120주년을 맞아 벨기에는 부산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지난해 부산국제단편영화제(BISFF) 주빈국으로 참여한 데 이어 오는 4월 열릴 BISFF에도 참여해 벨기에 영화 거장 샹탈 아커만을 소개할 예정이며, 오는 6월 부산국제연극제 참가도 계획하고 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관객들과 소통을 많이 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올해는 상황이 좋아져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벨기에를 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국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레스쿠이에 대사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벨기에 리에주극장이 이 소설을 연극화하기로 하고 오는 12월 공연을 위해 작가를 벨기에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작품은 <흰>인데, 한국어 원작을 프랑스어 번역본과 비교하며 읽은 첫 번째 소설”이라고 말했다.

레스쿠이에 대사는 말미에 부울경과 벨기에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부산과 벨기에의 왕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면서도 “최승봉 벨기에 명예영사와 함께 부울경에서 활동을 원하는 벨기에 기업과 예술인, 교육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3171명에 이르는 병력을 파견한 벨기에는 매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앞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한국 전쟁에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있다. 현재 벨기에에는 100여 명의 참전용사가 생존해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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