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발 확진자 느는데… 간병인 못 구해 병상 놀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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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 금정구 부곡요양병원에서 119 구급대가 확진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 요양병원에서 이날 11명의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는 등 첫 발생일인 23일 이후 모두 6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종회 기자 jjh@

28일 현재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는 코로나19 환자 전담 병상 22개 중 9개가 비어 있다. 부산 요양병원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지만 이들을 간병할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환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5일에도 요양병원발 환자 1명이 들어왔지만 환자를 돌려보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박철민 감염관리실장은 “현재 의학원에는 병상은 여유가 있지만 간병 인력이 부족해서 수용 환자 숫자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증환자 간병인 전국 17명 지원
돌볼 인력 없어 환자 돌려 보내
동남원자력의학원 9개 병상 비어
부산의료원 단기 계약직에 의존

부산의 코로나19 의료기관에서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 환자를 못받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당국이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돌볼 간병인 모집에 나섰지만, 부산에 지원한 인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도 비슷하다.

28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이하 중수본)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1개월간 코로나19 중증환자를 돌볼 간병인을 모집한 결과 전국에서 17명이 지원했다. 이 중 8명이 수도권을 지원했고, 부산과 울산은 1명씩에 그쳤다. 지역에 상관없이 간병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7명이지만 지역마다 충원이 시급해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정부가 직접 간병인을 모집하는 것은 병원이 ‘치료’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달 들어 요양병원발 확진이 다시 터져 중증환자에 대한 간병 수요가 덩달아 늘었다. 28일 기준 부산 중증환자 15명 중 4명이 요양병원발 환자다. 주로 요양병원에서 이송되어 온 이들 중증환자는 고령인 데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저귀 교체나 식사 보조 등 수발까지 들어줘야 해서 간병인이 필수다. 일반 질병이라면 가족이 보호자로 곁을 지키면 되지만 코로나 확진자는 그러지도 못한다. 치료와 사무 업무까지 맡아 부하가 걸린 간호사들이 식사, 용변 등 병수발까지 들어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정은 부산의료원도 비슷하다. 부산의료원은 지난해 10월 중수본에 60명의 간병 인력을 요청했다. 그러나 파견 온 인력은 19명에 그쳤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 달 단기 계약 조건이었다. 부산의료원은 급한 대로 부산시 지원을 받아 간병인 30명을 충원했지만 이들 역시 단기 계약직이다. 다음 달부터 인력 공백이 생기지만 이를 채우려면 자체적으로 인력을 채용해야 할 판이다.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요양병원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간병 인력 부족 문제가 제대로 터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요양병원발 감염이 이어지자 부산시도 간병인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시 안병선 복지정책국장은 “병원별로 부족한 간병 인력은 시에서 예산을 지원해 긴급 충원한다”며 "인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간병인이 부족한 것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다 홍보 부족도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간병인에게 높은 수준의 보호복이 지급돼 감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간병인의 경우, 간병 이후 자가격리도 필요 없다. 간병인 모집이 어려워지자 정부는 간병인 일당도 최대 27만 원으로 높였다. 일반 간병인의 경우 12시간 기준 6만~10만 원 정도 받는다.

이같은 지적을 감안해 중수본은 전국적으로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수본 인력관리팀 관계자는 “간병인 모집은 계속하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모집 인력이 부족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간병인 모집을 위한 홍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변은샘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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