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비용 대라” 실종자 가족 두 번 울린 염치없는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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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대형선망어선 127대양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수색 작업이 한창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침몰한 부산선적 고등어 운반선 실종 선원 3명이 사고 당시 미처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과 함께 선체 수색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선체가 전문 잠수부들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심해에 있어 수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가족의 애끓는 기다림이 계속되는 와중에 선사가 선체 수색 비용을 가족이 분담할 것을 요구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해경 등의 중재로 선사가 잠수작업과 수습에 필요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

28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대양호 실종자 가족들은 “침몰 직전 선장과 해경이 나눈 교신 내용, 그리고 생존자 증언을 종합하면 실종자 3명이 선내에 있다고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대양호 실종 선원 3명 수색 난항
배 지키다 선내 갇혔을 가능성도
가족들이 나서 민간잠수부 섭외
선사 “돈 없다” 비용 떠넘기려다
가족 항의에 뒤늦게 책임지기로

해경과 실종자 가족에 따르면 선장 A(68) 씨는 지난 23일 오후 3시 57분께 통영연안VTS를 통해 구조를 요청했다. 당시 교신에서 선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데끼(덱, 갑판)부분에서 물이 찬다. 조타실 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이어 몇 초 후 “침몰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교신이 끊겼다. 배가 가라앉는 순간까지 선장이 조타실에 남아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게 가족들 주장이다.

함께 실종된 기관장 B(67) 씨와 갑판원 C(56) 씨가 선장과 같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생존자 7명 중 한 명으로 B 씨의 처남이기도 한 D 씨는 “이들이 배를 살리려 마지막까지 조타실에 있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이를 토대로 해경과 해군에 선체 수색을 요청했다. 해군은 원격무인잠수정(ROV)을 투입해 선체 존재는 확인했지만, ROV가 너무 커 선내 진입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잠수부를 투입해야 하는데, 선체가 수심 69m 심해에 있어 선뜻 나서지 못했다.

결국 가족들이 나서 민간잠수팀을 섭외했다. 민간잠수부들은 물때가 좋은 내달 1, 2일이 적기라며 당장 준비해야 작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흘의 준비 과정과 이틀 수색 작업에 따른 비용은 2억 원 내외. 그러자 선사 측은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만약 수색을 했는데 실종자가 없다면 비용 전액을, 있다면 수습 비용의 절반은 가족이 부담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주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남은 배를 팔아서라도 실종자를 찾지 못할망정, 가족에게 돈을 내놓으라는 게 말이 되나. 분하고 억울해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족들의 거센 항의에 행정안전부와 해경이 협의에 나섰고, 돈이 없다며 버티던 선사는 뒤늦게 잠수작업과 수습에 필요한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

사고 직후부터 어린 자녀 셋과 함께 거제시 남부면에 마련된 숙소에 머물고 있는 E 씨는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절대 남에게 폐 끼치지 않게 살아오신 분”이라며 “사고 전날 통화 때도 내일 부산 가서 보자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 저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서 얼마나 무서우실까 생각하며 숨이 막힌다”고 울먹였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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