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가덕신공항 ‘탑승 기류’로 급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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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두고 혼선을 빚던 국민의힘의 내부 기류가 최근 들어 ‘처리 불가피’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습이다.

여권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신공항 특별법의 2월 처리를 위해 ‘부산 총동원령’까지 내리면서 야권 우위로 흐르던 선거 분위기가 적잖이 흔들린 데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가덕신공항 폄하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부산·울산·경남(PK)의 당 지지율이 크게 요동치는 등 심상찮은 지역 민심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으로선 부산시장을 탈환하지 못한다면 4월 보선은 누가 뭐래도 ‘참패’다. 이 경우 당 지도부의 미래는 물론 당의 존속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투톱’ 폄훼 발언에 미온적 태도
지역 표심 요동 부산 보선 위기감
당내 “특별법 처리 불가피” 공감대
김종인 위원장 내달 1일 부산행
‘지지’ 등 전향적 입장 표명할 듯

이런 위기감은 당내 곳곳에 감지된다. 당 지도부의 미온적인 입장에도 대구·경북(TK)을 제외한 대다수 당 소속 의원들은 비공개 모임이나 사석에서 “여당이 밀어붙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 “더 이상 부산 여론이 악화되기 전에 빨리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의 불가피성을 언급하고 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의 첫 관문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28일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와 관련한 당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며 “TK와 서로 ‘윈윈’하는 방안만 찾는다면, 처리에 큰 어려움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며칠 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는 “현실적으로 특별법은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 출신인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물론, 일부 TK 출신 의원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 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악선례’ 발언으로 부산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반대로 TK에서는 ‘왜 더 세게 나가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라며 “두 지역 사이에서 그나마 ‘톤 다운’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 달 1일 부산 방문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김 위원장이 특별법에 반대한다면 가덕도를 찾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김 위원장이 찬성 입장을 낸다면 당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 지지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여권의 ‘2월 처리’ 일정에 끌려간다면 특별법 통과의 과실을 여당이 독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처리에 합의한다고 해도 시한을 못 박는 데에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반면 어차피 할 거면 최대한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지어 ‘가덕신공항 프레임’ 자체를 빨리 무력화시키는 게 낫다는 반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가덕신공항을 ‘부산신공항’이라 명명하며 지역 표심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부산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TK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미 논의가 종식된 밀양신공항에 대한 논의까지 재개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부산신공항을 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고 압박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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