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이상 중증장애인 ‘주간보호시설’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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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자택에서 아들의 식사를 도와주고 있는 박명종(73·여) 씨. 부산뇌병변복지관 제공

“아들을 계속 돌봐주고 싶은데 저도 나이 들어가면서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올해로 41세가 되는 뇌병변 장애 아들을 돌보는 박명종(73·여)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키 170cm가 넘는 장성한 아들을 40년 째 혼자 돌보면서 힘에 부쳐 주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이하 보호시설)’ 이용을 문의했지만, 아들의 나이가 많아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박 씨의 아들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불가능하다. 얼굴 표정이나 책상을 치는 등의 행위로만 기본적인 욕구를 표현하는 상황이다. 150cm 초반의 작은 체구를 가진 박 씨가 매번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아들에게 먹인다. 이제 혼자서는 옷을 입히고, 씻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여든을 바라보는 박 씨는 본인이 세상을 떠난 후 남은 아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 박 씨는 “나이 든 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줬으면 하는데 시설에 문의를 해보아도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고 말했다.

시설마다 ‘나이 제한’ 걸려 퇴짜
늙은 부모가 돌보는 데도 한계
부산 장애인 79%가 40세 이상
전문가 “통합 돌봄센터 건립 시급”

박 씨의 아들과 같은 부산의 중증 중·고령(40세 이상) 장애인은 2019년 12월 기준, 5만 3138명으로 전체 중증 장애인(6만 7396명)의 78.84%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은 낮시간 동안 보호자를 대신해 장애인을 보호하고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과 교육 지원을 하는 보호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보호시설이 ‘연령별 맞춤 프로그램 추진’ 등의 이유로 40세 이상 장애인의 보호시설 이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40세 이상 중증 장애인이 입소할 수 있는 보호시설은 서울에 1곳뿐이다.

전문가들은 중증 장애인의 고령화가 심각한 부산에도 보호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부산은 전체 장애 인구 중 중증 장애인 비율이 38.4%로, 17개 시도 중에서 6번째로 높다. 장애 인구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부산복지개발원 복지전략연구부장 김두례 박사는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은 40세 이후부터 활동량 감소 등의 문제로 노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부산뇌병변복지관 등 6개의 사회복지기관은 중·고령 중증 장애인 통합돌봄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 등의 부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복지정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중·고령 중증 장애인의 고립을 방지하고 돌봄·의료·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통합돌봄센터 설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뇌병변복지관 이주은 관장은 “중·고령 중증 장애인에 대한 돌봄수요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증 장애인들이 보호자와 떨어져 고립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의 관심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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