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0)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바르텔레미 토구오 ‘Road to Ex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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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 출신의 바르텔레미 토구오(1967~)는 파리와 카메룬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이다. 세계적 유명세에 비해 아직 국내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가였다. 주류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바르텔레미 토구오는 제3세계 출신, ‘흑인-남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 그의 작품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성은 아프리카 사람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정치적 사건, 관습, 오랫동안 내려온 의식, 행위 등을 생동감있게 연결한다는 점이다. 비단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이념·종교적 분쟁의 상황이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풍자적 시선을 통해 작품 속에서 구체화된다.

작품 ‘Road to Exile’ 속의 배는 미국을 향한 아메리칸드림, 혹은 코리안드림처럼 아프리카인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유럽으로 망명하던 상황을 뜻한다. 배는 망명 당시 주로 이용했던 수단을 표현했고, 배 아래의 벽돌은 배가 나아가기 힘든 상황과 아프리카인의 아픔을 나타낸다. 배에 실린 보따리들은 그들의 짐이자 비애이기도 하다.

‘흑인 예술가’로서 경험한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특정한 서사는 슬픔, 두려움과 같은 우리의 보편적인 감정과 연결된다.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 이곳 저곳을 유랑하며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독특한 화법으로 담아냈다.

작품은 작가 자신을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객관적으로 대상화시킨 것이다. 바르텔레미 토구오의 작품은 인간은 누구나 외롭고 나약하며, 자신의 내부에 있는 공포와 싸우고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해준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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