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판] 부산 '모텔 방치 사망' 피해자 여친 "가해자 장례식장서 유족 우롱"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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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의 여자친구 A씨가 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모텔에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의 여자친구 A씨가 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아르바이트를 함께했던 동료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모텔에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의 여자친구가 쓴 글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일 페이스북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해당 사건 피해자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A씨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3달 전 눈앞에 차갑게 식어있던 오빠(숨진 남자친구)의 몸을 만지며 신발도 신지 못하고 뛰쳐나가 119를 부르던 그 날. 소방관에게 제발 살려달라며 무릎 꿇고 빌었던 그 날 오빠와 나 둘뿐이던 내 세상은 무너졌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그때가 생각나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는데, 가해자들은 첫 재판이 열리기 하루 전 날이 돼서야 사과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14일 밤 11시40분쯤 부산 진구 부전동의 한 술집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폭행 사망 시건이다. 당시 가해자 B씨(24) 등 5명은 함께 술을 마시던 아르바이트 동료를 폭행한 뒤 의식을 잃자, 병원으로 옮기기는커녕 인근 모텔로 옮긴 후 12시간 넘게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일행들은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피해자는 결국 15일 새벽 모텔방에서 숨을 거뒀다.

국과수 시신 부검과 검안 결과, 피해자는 모텔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숨이 붙어 있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는 사건 CCTV를 언급하며 "단 한번도 누군가와 싸우거나 다퉈본 적 없던 오빠는 싸우지 않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며 "한 대라도 때리지, 제발 한 대라도 때리지.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과 분노는 참을 수 없이 커졌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심지어 동료들 모두가 오빠가 쓰러진 것을 봤고 의식이 없음 또한 인지했지만, 그 사람들은 오빠를 그저 눕혀 놓고 어쩌지 어쩌지 하며 모의를 하고 있더라"며 "그리고 나선 오빠를 짐짝들 듯 옮겼고 그러는 와중에 오빠를 떨어뜨리더라. 그래서였을까 오빠의 머리 상처가 뒤쪽 뿐만 아니라 측면에도 그렇게 심했던 건"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덧붙여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장례식장에 와 '폭력은 전혀 없었고, 자기 혼자 머리를 부딪친 것 같다'며 유족을 우롱했다"며 "주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CCTV 영상이 밝혀지자 폭력을 인정하며 '술을 먹고 언성이 높아져 때렸고 잠을 자길래 모텔에 재웠다'고 진술했지만,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단 한 번도 언성이 높아진 적 없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영상에서 오빠는 택시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가해자가 갑자기 오빠를 잡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연락이 안돼 걱정이 된) 내가 수십통의 전화를 했지만 오빠 폰을 가지고 있었던 가해자 중 한 명은 의도적으로 그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그들이 그 전화만 받았어도 오빠는 지금 내 곁에 있을까"라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중학교 선배던 오빠는 내 첫사랑이었다"며 "5년 짝사랑이 이제야 사랑이 됐는데, 사계절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오빠를 보내버린 나는 슬픔을 달랠 틈도 없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었고 가해자들의 추악함을 마주했다"고 했다.

그는 "3월 5일 또 한번의 재판이 열린다. 그때는 이 사건이 더 이슈화 돼 오빠가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수 있게 다섯 명 모두 응당한 벌을 받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B씨는 현재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이 진행 중이며, 그 동료들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글은 게시된지 이틀 만에 공감 2만2000건과 댓글 8800여개, 공유 2200여 건이 넘는 등 온라인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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