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금강산에서 홀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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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라면 누구나 갖는 소원이 있다. 홀인원(티샷 공이 그대로 홀에 들어가는 것)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홀인원을 대단한 행운의 징조로 여기다 보니, 우연찮게 성공하게 되면 그날 동반자의 그린피, 밥값, 술값까지 모두 떠안는 등 요란한 축하 행사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 확률이 2만 5000분의 1이라 하니 골프 실력만으로는 감히 바랄 수 없는 게 또한 홀인원이다.

그런데 그렇게 귀하디 귀한 홀인원을 거의 ‘떼놓은 당상’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골프장이 있다. 바로 북한에 있는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의 14번(파3) 홀은 2개인데 그중 하나가 ‘깔때기 홀’로 불린다. 그린이 전체적으로 깔때기처럼 홀이 있는 가운데로 기울어져 있다. 티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리기만 하면 홀인원 성공 확률이 99.99%가 되게끔 꾸민 것이다. 이 골프장을 만든 사람이 홀인원에 한이 맺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특구에 있는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은 남한의 민간자본이 북한에 만든 유일한 골프장이다. 아난티그룹의 전신인 에머슨퍼시픽(주)가 2005년 조성했다.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대회가 열렸으며, 2008년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해 7월 금강산 특구 내 남한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개장이 미뤄졌고,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지금껏 방치돼 왔다.

이 골프장에선 18개 전 홀에서 비로봉 등 금강산의 절경과 북한 장전항과 동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산 중턱에서 떨어지는 자연 폭포를 바라보며 플레이하는 즐거움은 다른 골프장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장점으로 회자됐다. 하지만 지금은 잡초가 무성해져 그린과 페어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대한골프협회장에 취임한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이 이 골프장에 ‘2025년 국제골프연맹(IGF) 세계 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팀선수권대회는 세계 최대 규모 골프 대회다. 이 회장은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을 만든 주인공이다. 우리 정부와 상의했고 북측에도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스포츠 행사는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서 성사 가능성이 높은 모양이다. 부디 일이 잘 진척돼 세계 대회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금강산 비경 속에서 홀인원의 기회를 갖게 되길 고대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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