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폭력 저항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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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로 격랑에 휩싸인 미얀마. 8일 계엄령까지 선포됐지만, 미얀마 시민들의 행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쿠데타 다음 날부터 펼쳐진 비폭력 저항 시위는 지난 6일부터 거리 시위로 번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냄비 두드리기, 빨간 리본, 장미꽃 등 다양한 시위 수단 중에서 시민들이 하늘을 향해 뻗은 ‘세 손가락 경례’에 시선이 멈춘다.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에서 2014년 군부 쿠데타 때 처음 선보였는데,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2012)에서 유래됐다. 영화 속 독재국가 ‘판엠’이 체제 유지를 위해 매년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는 헝거 게임을 개최하는데, 주인공 캣니스가 여동생을 대신해 게임에 나선다. 주민들은 지지의 뜻으로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는데 이것이 그 시작이다. 영화에 등장했던 지지의 표현은 지난해 태국 민주화운동을 거쳐 지금 미얀마에서 민주주의 열망의 상징이 됐다.

저항의 상징은 또 있다. ‘푸틴 정적’이자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며 펼쳐진 러시아의 비폭력 저항 시위에서 등장한 ‘황금색 욕실 솔’이다. 나발니는 수감 중에도 푸틴 대통령이 1조 4700억 원 규모의 호화 리조트를 숨겨 놓았다는 폭로를 멈추지 않았는데, 개당 95만 원에 달하는 황금 욕실 솔이 건물 안에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한 시민이 지난달 23일 열린 첫 번째 대규모 시위에 황금색을 칠한 욕실 솔을 들고 참가했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갔다. 여기에 호응한 시민들이 같은 달 31일 열린 시위에서 황금색 스프레이를 뿌린 플라스틱 욕실 솔을 들고 나오면서 러시아 저항의 상징이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민주화 운동 때 경찰의 물대포를 풍자하기 위해 등장했던 태국의 ‘대형 노랑 오리 튜브’, 2014년 홍콩 시민 혁명 때 최루탄을 막는 용도로 등장했던 ‘우산’은 혁명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멀리 갈 것 없다. 2016년 대한민국 전역으로 번져 나갔던 ‘촛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며 세계 곳곳에 우뚝 선 ‘평화의 소녀상’은 우리의 마음을 여전히 뜨겁게 한다.

시위의 함성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전하는 비폭력 저항의 상징들. 통제와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갈망이 있는 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지지와 연대 그리고 기억하는 것 아닐까.

윤여진 국제팀장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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