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서도 주민이 직접 ‘동네 단위 도시계획’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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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권역에 필요한 시설을 발굴하고 동네를 직접 설계하는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이 부산에서 첫발을 내디딘다. 부산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지역 간 생활격차 문제를 수요자 관점에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시는 오는 16일 ‘부산 생활권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16일 생활권계획 수립 용역 보고
주례·개금동 등 12곳 시범 사업
수요자 관점서 필요 시설 발굴
주차장·노인교실 등 수요 제각각

부산을 비롯한 국내 모든 도시는 도시 전체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포괄적 마스터플랜격인 ‘도시기본계획’과 용도변경 등 개별 필지 단위로 수립해 실행 성격이 강한 ‘도시관리계획’ 두 가지로 이원화돼 있다.

장기적인 도시 플랜과 실제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대개 간극이 존재했고, 두 계획 사이의 시차도 컸다. 공무원과 소수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 계획이라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도시계획에서 주민은 소외되기 십상이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 주민이 지역발전에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중간단계의 도시계획인 ‘생활권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미 2014년부터 생활권계획을 시행해 현재는 도시 전체의 계획 수립을 완료한 상태다. 부산시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도입을 시도한다.

2019년 8월부터 시작된 이 시범사업의 대상지는 사상구 주례1·2·3동, 부산진구 부암3동, 당감1·2·4동, 가야1·2동, 개금1·2·3동 등 12개동이다. 관할 구청은 다르지만 하나의 생활권이 형성돼 있고, 재건축·재개발이나 도시재생사업에서 비교적 소외된 지역이다.

부산시는 주민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워크숍과 설문조사를 실시해 당면한 지역 현안을 도출했다. 국가최저기준, 부산시 자치구 평균값 등과 비교해 공급이나 개선이 필요한 생활서비스시설을 추려냈다.

주민의견을 분석한 결과 이 생활권에서는 공영주차장과 문화센터, 체육센터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특히 당감·가야생활권에는 공영주차장이 전무한 실정이라 불법 주·정차,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갈등때문에 주거환경이 크게 악화돼 있었다. 가야·개금·주례생활권에는 노인교실에 대한 수요가 높았지만, 공급은 해당 자치구 평균보다 적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해당 구청에 통보하는 한편 이를 도시관리계획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부산시 권순갑 도시계획과장은 “생활권계획으로 확인된 주민들의 구체적인 수요를 국비 확보 등에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부산 전역으로 생활권계획을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정치권에서는 대형 프로젝트 몇 개 투입하면 지역 간 불균형이 해소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중요한 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외면받던 주민들의 실제 요구”라며 “생활권계획이 먼저 수립되면 소수의 전문가들이 밀어부치던 도시재생사업도 주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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