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걱정이고 불안한 당신, ‘램프 증후군’ 의심해 보세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매사에 걱정과 불안이 끊이지 않는다면 ‘램프 증후군’ 혹은 ‘범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부산대병원 정희정 정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45세 주부 A 씨는 만성 불면증과 피로감, 불안, 초조 증상으로 가정의학과를 거쳐 정신과를 찾았다. 20대 초반부터 불면증으로 힘들어 했던 A 씨는 자주 긴장하고 초조해 했고, 이런 증상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더욱 심해졌다. 평소 만성 피로, 소화불량, 두통을 비롯해 온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느꼈다. 이 때문에 내과나 가정의학과를 자주 방문해서 검사를 받았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최근엔 큰딸의 직장 문제로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아지면서 수시로 놀라곤 한다. 가족들에게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병원에선 신경성이라고 하는데, A 씨는 걱정거리가 늘며 계속 불안하기만 하다. A 씨는 ‘램프 증후군(LAMP syndrome)’ 혹은 ‘범불안장애(Generalized Anxiety Disorder)’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진단받았다.

실제로 발생하지 않는 일에도
수시로 걱정하는 범불안장애
두통·흉통·피로감·불면 동반
산책·명상·복식호흡·스트레칭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면 도움
증상 심할 땐 약물·행동치료


■걱정거리 안고 사는 램프 증후군

램프 증후군이란 말은 동화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서 유래된 용어다. 알라딘이 램프의 요정 지니를 불러내는 것처럼 현대인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일에 대해 수시로 걱정하며 불안해 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잉근심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램프 증후군은 심리학적 용어다. 램프 증후군에 가장 가까운 정식 의학용어는 범불안장애다. 범불안장애는 걱정과 불안이 핵심 증상이다. 이때 걱정과 불안은 특정 대상이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일어나는 광범위한 일을 끊임없이 걱정하는 양상을 보인다. 객관적으로 볼 때 걱정이 지나쳐 비현실적이다.

범불안장애 증상이 심해지면 두통, 흉통, 근육통, 과민함, 집중력 저하, 피로감, 불면 등이 흔히 동반되고 항상 긴장돼 보인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 다른 불안장애가 겹치면 증상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부산대병원 정희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보화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수많은 뉴스를 쉽게 접한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발달로 거의 실시간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보고 듣는다”며 “많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고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서 범불안장애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와 공포를 마케팅에 이용하면서 부지불식간에 불안이 자극되기도 한다. 핵가족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상도 영향을 미친다. 걱정되는 일이 발생했을 때 혼자 감당하고 겪어야 하는 부담감이 심할 경우 과도한 불안감과 공포심에 휩싸일 수 있다.



■걱정·불안 조절하기

램프의 요정을 불러내듯이 걱정거리가 늘어난다면 대개 걱정이 과장돼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불안을 느끼는 걱정에 집착하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현실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혼자 걱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보다 산책 같은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명상, 복식호흡, 스트레칭, 근육이완법이나 바이오피드백(몸에 감지기 부착해 심박수·호흡·뇌파 등 측정)도 몸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된다. 이런 방법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정희정 교수는 “걱정을 꼭 없애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걱정 자체는 병이 아니다. 걱정은 미래에 대해 대비를 하도록 해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시험을 앞둔 학생이 시험을 못 칠까 봐 걱정돼 미리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것과 같다”면서 “그렇지만 불안이 심하면 책을 펴고 있어도 집중이 안 되고 진도도 못 나간다. 적절한 수준으로 걱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하지만 걱정과 불안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치료가 필요한 상황일 수 있다.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병행

범불안장애로 진단받으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복용하면서 상담을 통해 잘못된 생각과 문제를 유발한 행동을 근원을 탐색해 교정한다. 보통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가 전한 말을 들려줬다. “걱정하는 일 중 40%는 일어나지 않는다. 30%는 이미 지나가버렸다. 22%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사소한 것이고, 4%는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4%가 실제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 중 96%는 걱정할 필요가 없거나, 걱정해도 소용없는 것들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불안장애 자가평가 GAD-7



지난 2주 동안 다음 문제로 얼마나 방해를 받았는지 체크하세요. 항목별 점수는 ‘전혀 방해받지 않았다’(0점) ‘며칠 동안 방해받았다’(1점) ‘2주 중 절반 이상 방해받았다’(2점) ‘거의 매일 방해받았다’(3점).



●초조, 불안, 조마조마함을 느낀다

●걱정을 멈추거나 조절할 수가 없다

●여러 가지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편히 있기 어렵다

●안절부절못해서 가만히 있기 힘들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게 된다

●마치 끔찍한 일이 생길 것처럼 두렵게

느껴진다



총점 21점 중 10점 이상이면 추가적인 평가를 권해 드립니다.(2006년 로버트 스피처, 재닛 윌리엄스, 커트 크론키 박사와 동료에 의해 개발된 척도임)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