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러닝타임’ 자크 리베트 회고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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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작품 18편
내달 10일까지 영화의전당 상영

러닝 타임 13시간의 자크 리베트 감독 영화 ‘아웃 원’ 스틸컷. 영화의전당은 1~4부로 나눠 인터미션을 두고 상영한다. 영화의전당 제공 러닝 타임 13시간의 자크 리베트 감독 영화 ‘아웃 원’ 스틸컷. 영화의전당은 1~4부로 나눠 인터미션을 두고 상영한다. 영화의전당 제공

프랑스와 트뤼포, 에릭 로메르,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장 뤽 고다르…. 실험과 탐구 정신을 영화로 실현한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거장들이다.

이 중에서도 자크 리베트(1928~2016) 감독의 회고전이 국내 최대 규모로 열린다. 리베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부터 걸작, 후기작에 이르기까지 총 18편을 다음 달 10일까지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리베트 감독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작품은 배우들의 즉흥 연기, 우연적 상황,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 같은 모더니즘 영화의 성격을 띤다.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통해 그만의 영화적 리듬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었다.

러닝타임이 무려 13시간에 달하는 ‘아웃 원’(1971)을 비롯해 리베트 감독은 평균적으로 상영 시간이 3~4시간인 작품을 많이 내놨다. 그의 이름을 알린 ‘미친 사랑’(1969)은 러닝타임 4시간 12분의 원본과 2시간가량의 단축본을 함께 개봉했는데, 원본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자크 리베트 감독의 출세작 ‘미친 사랑’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자크 리베트 감독의 출세작 ‘미친 사랑’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허문영 영화의전당 프로그램 디렉터는 “리베트는 완성된 픽션이 아니라 픽션 만들기를 탐색하고 숙고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악명 높은 러닝타임 속에서 픽션 만들기 과정의 생체적 리듬이 있고, 이는 영화와 관객의 내적 교감을 이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고전을 통해 그의 생애에 걸친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장편 데뷔작 ‘파리는 우리의 것’(1961)을 시작으로 부모의 강요로 수녀가 된 소녀의 이야기 ‘수녀’(1966), 연극 무대와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 걸작 ‘미친 사랑’(1969), 연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8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아웃 원’(1971)은 비교적 초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자크 리베트 감독의 후기작 ‘알게 될 거야’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자크 리베트 감독의 후기작 ‘알게 될 거야’ 스틸컷. 영화의전당 제공

두 여인의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1974), 두 여인의 기묘한 여행길을 담은 ‘북쪽 다리’(1981), 다시 붓을 잡은 노화가의 창작 과정을 그린 ‘누드모델’(1991), 프랑스를 구한 영웅 잔 다르크에 관한 대서사시 ‘잔 다르크 1부’(1994), ‘잔 다르크 2부’(1994), 파리에 사는 세 여성의 삶을 뮤지컬로 풀어낸 ‘파리의 숨바꼭질’(1995), 영화와 연극의 결합을 시도한 ‘알게 될 거야’(2001), 두 남녀의 불가사의한 사랑 이야기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2003) 등 중·후기작까지 두루 상영한다.

27일 오후 3시 ‘북쪽 다리’(1981) 상영 후 임재철 영화평론가의 특별강연이 마련돼 있고, 김은정·김필남 영화평론가의 영화해설도 준비돼 있다. 관람료 일반 7000원, 유료회원·청소년 5000원, 경로 4000원. 문의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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