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플랫폼 부산진역’ 부산의 중심 옛 영화 재현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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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방치된 부산진역사가 복합문화시설로 변신한다는 낭보가 들려온다. 부산진역은 2005년 폐역이 될 때까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지켜본 옛 부산의 중심이었다. 여객 이용이 멈춘 지 16년 만에 역사 건물과 인근 부지 5000㎡가 문화플랫폼으로 개발된다니 부산시민들을 위해 참으로 잘된 일이다. 그동안 부산진역사 부지에 여러 차례 상업시설이 추진되어 가슴을 졸이다 맞이한 결과여서 더 뜻깊다. 상업개발에 대해 ‘100만 서명운동’까지 벌이면서 반대해 온 시민사회와 동구청의 역할이 컸다. 철도로 단절되어 오래 불편을 겪으면서 살아 온 주민에게 부산진역을 지금이라도 돌려주는 게 옳다. 언젠가 남북철도가 연결되어 부산이 유라시아 철도의 출발역이 될 때를 생각해서도 기념비가 될 만한 게 필요했다.

도서관, 커피박물관, 기록관 등
문화도시 마중물 될 공간 기대

부산진역사는 올 9월까지 리모델링을 통해 도서관과 박물관, 기록관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설 시설 중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개인이 소장한 30억 원 상당의 커피 관련 물품이 전시되는 커피박물관이다. 사실 세계 6위 커피 소비국 한국에 수입되는 원두의 90% 이상이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부산진구 전포동 카페거리는 뉴욕타임스에 의해 ‘2017년에 가봐야 할 세계 명소 52곳’에 꼽혔다. 게다가 부산은 한국인 최초로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우승한 바리스타 전주연 씨 보유 도시이기도 하다. 부산이 앞으로 더욱 세계적인 커피 도시로 성장하는 데 커피박물관은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나머지 공간에 헌책방을 조성한다는 소식도 반갑다. 전국 최대인 보수동 책방골목이 갈수록 쇠락해서 안타까웠다. 보수동에서 헌책을 매입해 이곳에서 판매한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동구청은 기타 공간을 우선 코로나 백신 접종센터로 활용한 뒤 추후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하니 내년 이후가 더 기대가 된다. 부산진역사에서는 이미 2012년 ‘부산·함부르크 국제미술교류전’과 부산비엔날레 특별전이 열려 호평을 받았다. 당시에도 문화 예술적 측면에서 침체한 원도심 지역이라 더욱더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간적 특수성만 놓고 보면 비록 다소 낙후돼 있지만, 접근성이 좋고 시민의 눈에 가장 잘 띄어 이만한 곳이 드물다.

부산진역사라는 대형 공연전시공간의 탄생은 문화도시 부산을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다. ‘문화플랫폼 부산진역’이 나아가 한국의 오르세 미술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는 1900년 기차역으로 지어져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지역 문화인들의 지혜를 모아 전시공간의 활용도를 높여 간다면 꿈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부산진역이 부산 문화의 중심이 되어 원도심의 옛 영화를 재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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