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쓸모’ 만들어 환경 훼손 가속하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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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에밀리 하워스부스

‘옛날 옛날에 한 무리의 친구들이 살 곳을 찾아다녔어요.’

<마지막 나무>는 옛날이야기지만 삶의 기본적 가치를 잃어가는 오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권력과 여론 조작을 풍자한 <어둠을 금지한 임금님>으로 한국 독자와 만난 에밀리 하워스부스는 이번에는 더불어 살아감의 중요성을 풀어냈다.''더불어 살아감 중요성 그림책으로 담아
마지막 나무 운명 통해 인간에 깨달음 줘

살 곳을 찾아 헤매던 한 무리의 친구들은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났다. 나무 뒤에는 숲이 있었다. 숲은 뜨거운 사막보다, 비가 잦은 골짜기보다, 바람이 거센 산보다 훨씬 좋았다. 나무들이 적당한 그늘, 산들거리는 바람, 푹신한 이끼를 만들어줬다. 다른 곳보다 살기에 좋은 곳이었지만 사람들은 더 살기 좋음을 추구했다.

나뭇가지를 베어 내 모닥불을 피우고, 나무를 베어 추위를 피할 집을 지었다. 여름이 오자 또 나무를 베어 현관 앞에 그늘을 만들었다. 가을바람을 막을 장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어 냈다. 장벽이 높아질수록 나무는 점점 줄어 ‘풀때기’나 다름없는 작은 나무 한 그루만이 남았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작가는 그에 앞서 살기 나빴던 환경을 만든 것이 바로 인간임을 보여준다. 모닥불을 피우려 나뭇가지를 베어내니 비가 들치고, 비와 추위를 피하려 나무를 베어 내니 더 많은 비와 추위가 사람들을 괴롭힌다. 그래서 더 많은 나무를 베어 집을 짓는다.

‘나무를 베어내면 베어낼수록 나무를 쓸 일도 더 많아졌어요’라는 구절은 스스로 ‘쓸모’를 만들어 환경 훼손을 가속하는 것이 인간 존재를 깨닫게 만든다. 비, 추위, 바람을 모두 피하게 된 인간은 행복했을까? 누가 내 농작물을 탐하는 것 같고, 누가 우리 집을 엿보는 것 같고, 이웃 사람들이 위험해 보였다. 사람들은 ‘나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그 나무를 베어 오너라.”

마지막 나무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장벽 밖 작은 나무 앞에서 만난 아이들은 금새 친해졌다. 날마다 나무를 찾아가 친구를 만나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봤다. 나무를 베어 오라고 재촉하는 어른들에게 아이들은 매끈한 널빤지를 가져다줬다.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집이 심하게 덜컹거리자 어른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발견한다. 장벽이 뜯겨 나간 사이로 멀리 마지막 나무가 보이고, 그 아래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어른들은 과거 한 무리의 친구들로, 함께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뒤늦은 깨달음에 모두 함께 장벽을 무너뜨린다. 이제 마지막 나무는 새로운 숲을 만드는 첫 번째 나무가 되었다. 에밀리 하워스부스 지음/장미란 옮김/책읽는곰/40쪽/1만 2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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