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판] "남자를 잠재적 성범죄자로"…훈훈한 '당근낚시꾼' 사연에 욕설 '눈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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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쳐. 트위터 캡쳐.

중고거래 어플 '당근마켓'에서 지붕 위에 떨어진 인형을 낚싯대로 건져준 훈훈한 사연이 화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연을 공개한 여성이 도움을 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다면서 불편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23일 '당근마켓'에는 '낚싯대로 지붕 위 인형 건져주실 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 씨는 "이불을 털다가 그만 아끼는 애착 인형을 떨어트리고 말았다"며 "낚싯대가 없어서 혹시 낚시 취미로 하시는 분들 중 도와주실 분이 계실까 해서 당근에 올려본다"고 호소했다.

이내 자신이 '낚시꾼'이라는 B 씨가 도움을 주겠다며 연락을 취했고, 이튿날 오후 A 씨의 집에 찾아가기로 약속을 잡았다.


'당근마켓'에 A 씨가 올린 글. A 씨 트위터 캡쳐. '당근마켓'에 A 씨가 올린 글. A 씨 트위터 캡쳐.

B 씨는 A 씨와 채팅에서 "낚시 외에 이렇게 다녀본 건 처음"이라며 연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후 B 씨는 실제로 A 씨 집에 찾아가 낚싯대로 인형을 건지는데 성공했다. 사례로 5000원을 받은 B 씨는 A 씨에게 "주신 돈으로 도넛을 샀다"며 즐거워했다.

A 씨는 B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포함해 인형이 구조되는 과정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했고, 이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확산되며 훈훈한 사연으로 화제가 됐다.


A 씨 트위터 캡쳐. A 씨 트위터 캡쳐.

낚싯대로 인형을 건져 올리는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은 25일 오후 현재까지 트위터에서 38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몰았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 다 귀엽고 착하다" "훈훈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 씨에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A 씨는 B 씨를 기다리면서 "낚시하러 도와주시는 분이 남성분이신 것 같아 안전상 지인 한 분과 같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 글이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A 씨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에펨코리아'에서 한 누리꾼은 "굳이 도와준 사람 기분 X 같이 하네"라며 A 씨를 겨냥해 거친 비속어를 남발했다.


A 씨가 트위터에서 지인과 B 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글(위)과 이를 두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다'며 비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A 씨 트위터·'에펨코리아' 캡쳐. A 씨가 트위터에서 지인과 B 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글(위)과 이를 두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다'며 비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A 씨 트위터·'에펨코리아' 캡쳐.

황당한 지적에 A 씨는 25일 추가로 글을 올려 "제 글이 이곳저곳 많이 퍼져서 지인과 함께 있던 행동이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행위라고 욕을 먹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욕해도 괜찮은데 선의로 도와주신 '당근강태공'님이 혹시나 속상하실까봐 먼저 말씀을 드렸다"면서 B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채팅 내역에 따르면 A 씨는 "절대로 못 믿어서 그런건 아니고 여자 혼자라 무서워서 친구랑 같이 있던 것이었다"며 B 씨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나 B 씨는 "여자 분 혼자면 요즘 세상에 무서움 느끼는게 맞다고 본다"며 "별로 신경 안 쓰니 걱정 마시라"라고 위로했다.


B 씨의 입장문. A 씨 트위터 캡쳐. B 씨의 입장문. A 씨 트위터 캡쳐.

또 장문의 입장문도 올려 "저는 21살이고 곧 군대에 간다"고 소개하고 "마침 당근을 보던 중 얼마 전 똑같은 사례가 저에게 있었고, 웃으면서 도와드려야겠다 싶어 도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댓글 보면서 잠재적 성범죄자니 이런건 신경 쓰지 않았다"며 "요즘 세상 무서우니까 저렇게 말씀하신 것도 이해는 한다. 실제로는 3분도 안 되어 집에서 나왔다"고 부연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고거래를 하겠다며 집 안으로 구매 예정자를 들어오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0월 부산 한 아파트에 사는 30대 여성은 가구를 중고로 구매하겠다는 20대 남성을 집에 데려 왔다가 둔기로 살해(본지 2019년 10월 28일 보도) 당하기도 했다.

박윤기 동의과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능한 한 중고 거래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중고 거래를 하는 편이 범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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