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코로나 학교, 시즌2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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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사회부 차장

10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인 지난해 초 8살 아이와 함께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아이를 한국의 공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친구가 ‘역유학’을 하게 된 이유는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와 한국 교육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인즉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려면 어릴 때부터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이 필수인데, 평범한 동양인이 백인 중심 문화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단다. 네트워크가 부족한 이민자 가정 출신들은 대입에 필수인 명망가의 추천서 받기도 하늘의 별따기여서 결국 ‘넘사벽 성적’에 매달려 한국 못지않은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최근에는 히스패닉을 우대하는 대입 정책 때문에 ‘똑똑한 동양인’ 몫이 줄어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의 배우자는 한국 교육에 기대가 컸다.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와 부지런함이 남다른 한국 아이들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한국서 학교 보내겠다고 미국서 귀국한 친구
코로나19로 부실한 수업에 실망해 미국행
올해 학교는 소통 늘리고, 학력격차 줄이길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한국 교육의 매력을 발견한 친구의 관점이 신선했다. ‘입시 지옥’이라 스스로 폄훼하기도 하지만, ‘천연자원이 없어 사람을 최고의 자원’으로 여겨 남다른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은 여전히 가능성이 큰 나라인지 모른다.

친구를 응원했던 것도 잠시, 6개월 후 그는 다시 미국으로 아이를 데리고 떠났다. 코로나19라는 복병 앞에서 속수무책인 한국 교육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미국행을 선택한 직접적인 이유는 자녀 또래 한국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무성의한 비대면 수업방식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에서는 줌이나 구글 프로그램을 이용해 교사들이 아이들을 모두 화면 앞에 앉혀놓고 실시간 수업을 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업로드한 영상이나 자료만으로 수업을 진행한 데에 친구는 적잖은 실망을 했다. ‘교육 강국’ 한국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 공교육만은 아니라는 불안을 떨치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의 교육열이 지나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속에서 한국 공교육에 실망한 대목은 일반적인 부모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등교를 통제한 것 이외에 학교의 코로나19 대응에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렵다. 급하게 비대면 수업용 교재를 만들고,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만든 교육계 인사들의 노고를 감안해도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초반에 급하게 만든 제한적 수업 방식을 별다른 업데이트 없이 일 년 내내 지속했다는 점이 가장 큰 감점 요인이다. 특히 부산의 많은 초등학교에서는 실시간 수업보다는 학습 자료를 온라인에 업데이트해 아이들과 교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섣부른 체념이 할 수 있는 것도 손 놓게 만든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있을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살이)확찐자’로 변하며 몸집이 불어나는 만큼이나 걱정도 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수업마저도 교사나 친구들과 교감이 차단된 채로 아이들은 1년을 보냈다.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은 한해 공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학습 결손을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으로 메워주는 조력자를 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의 학력 격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말 실시한 조사에서 시민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커질 분야로 교육을 꼽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이 내놓은 대표적인 대안은 온오프라인 수업이 융합된 ‘블렌디드 러닝’ 수업의 확대다. 학생들이 있는 곳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수업에 참여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자 칠판과 같은 신기한 도구도 등장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233개교에 이어 올해 537억 원을 들여 350개교에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1년 동안 기기나 기술의 부족이 부실한 수업의 가장 큰 이유였는지 반문도 들지만, 어쨌든 ‘소통’에 방점을 둔 수업을 늘린다는 것은 다행이다. 다만 교사와 학생들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 현재 환경에서도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전국의 학교가 일제히 문을 여는 오늘. 코로나19 시즌2를 맞는 학교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초등학교 신입생의 모습에서 답을 찾으면 어떨까? 올해 학교라는 곳을 처음 경험하는 이들은 입학식이 열리지 않아 부모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가지 못한다. 누구를 만날지 모르는 낯선 환경이지만, 용기를 내서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의 씩씩함을 닮은 학교의 모습을 기대한다.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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