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피의 수요일… 그러나 “군부 아래 삶 의미 없다” 또 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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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경이 3일(현지시간) 대규모 반 쿠데타 시위를 벌인 시민들에 무차별 폭력을 가해 하루에만 38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지속적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SNS를 통해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하고 나섰다.

4일 AFP 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3일은 2월 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면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3일 군경, 시위대 무차별 폭행
하루 38명 사망 ‘최악 유혈사태’
시민들 굴하지 않고 다시 시위
SNS 통해 국제사회 개입 호소
교황 우려 표명·미국 제재 검토

미얀마 시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4일 다시 거리로 나섰다.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최대 도시 양곤의 산차웅구 등에서는 오전부터 1000여 명 안팎의 시위대가 다시 몰려들었다. 흘라잉구 인세인로에서는 시위대가 군경의 진압에 맞서기 위해 나무와 쓰레기 봉지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 만달레이에서도 의대생들이 군정 규탄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앞세우고 거리로 나섰다. 활동가 마웅 사웅카는 “우리는 언제든지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군사정권 아래에서 살아간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달레이에서는 전날 군경의 총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장례식도 SNS를 통해 생중계됐다.

미얀마인들은 SNS를 통해 유엔에 ‘보호책임(R2P·Resposibility to protect)’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트위터를 보면 보호책임에 관한 해시태그(#R2P, #R2PMyanmar, #R2PforMyanmar)를 단 게시물이 시간당 수천 개씩 리트윗되고 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만약 각국이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얀마인 상당수는 유엔군의 직접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공무원들도 늘고 있다. 특히 해외에 파견된 고위 외교단까지 가세하는 등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군부가 유엔총회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초 모 툰 유엔주재 미얀마 대사를 전격 해임한 뒤 틴 마웅 나잉 주유엔 부대사를 임시 주유엔 대사로 임명했지만, 틴 마웅 나잉 부대사 역시 3일 전격 사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주재 미얀마 영사관의 먀 먀 치 총영사도 군정의 소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우려 표명에 나섰다. 교황은 3일 바티칸시티 사도궁에서 수요 일반 알현을 주례하며 미얀마 유혈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군부를 규탄한 교황은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을 촉구했다.

미국은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미얀마 군정을 규탄할 것을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미얀마군의 ‘뒷배’로 여겨지는 중국을 향해서도 “유혈 진압을 막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우려 표명에 대해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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