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 밀리지 않겠다” 중국-러시아 우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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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달 공동 우주정거장 개발을 놓고 러시아와 손잡았다. 미국 중심의 우주탐사 계획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우주개발 경쟁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래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중 ‘신냉전’이 우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9일(현지시간) 외신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대표와 장커젠 중국 국가항천국(CNSA) 국장은 이날 ‘달 궤도와 표면에 조성될 실험연구시설 단지’ 개발에 관한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달 실험연구시설 개발 MOU
미-중 신냉전 우주로 확대 전망

두 나라의 양해각서 체결은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탐사를 주도하던 옛 소련의 영광을 되살리려는 러시아와 우주 굴기의 꿈을 실현해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들어 향후 5년간 3차례의 달 탐사 계획을 수립하는 등 우주 강국 재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옛 소련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1961년 4월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나선 지 60주년이 되는 올해를 맞아 10월 1일 1976년 루나(Luna) 24 이후 45년 만에 현대화한 달 착륙선 ‘루나 25’를 달 남극 인근의 보구슬라브스키 크레이터를 향해 발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류 최초 달의 뒷면 탐사와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달 샘플 확보, 화성탐사선 발사 등으로 우주 굴기를 입증해온 중국은 러시아와 손을 잡음으로써 더욱 탄력을 얻게 됐다. 중국은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한 미국의 견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참여하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등 외톨이처럼 돼왔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중·러가 “관심을 가진 모든 나라와 국제 파트너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우주 공간에서도 패권 경쟁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남녀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상주 체제로 들어가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양자 간 협정 형태로 우주탐사 협력 규범을 담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해왔다. 호주와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영국,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이 이미 협정을 체결했으며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는 협정 체결을 제안받았으나 ‘미국 중심적’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다가 결국 중국의 손을 잡았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취임 후에도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미·중 간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은 캐나다 등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소수 민족 인권 탄압을 내세워 중국의 내년 2월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압박한 바 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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