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영이 사건’ 17개월, 신생아실 CCTV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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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산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 태어난 지 닷새 된 아기의 두개골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범인으로 간호사가 지목됐다. 이른바 ‘아영이 사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17개월이 흘렀다.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장치가 갖춰졌을까. 확인 결과 신생아실 CCTV 설치는 지지부진했고, 부산시는 설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부산시, 100% 설치 목표 약속
현재, 병원 28곳 중 16곳만 가동
폐업 병원도 버젓이 ‘보유’ 목록
설치 현황파악조차 제대로 안 돼
비용 지원 전무 市 의지 ‘의구심’

10일 부산시는 신생아실이 있는 부산 시내 병원 28곳 중 16곳에만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설치율이 57%다. 지난해 2월 부산시는 아영이 사건 이후 연내 신생아실 CCTV 100% 설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많은 병원에 여전히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이다. 당시 부산시가 검토하기로 했던 설치 비용 지원 등의 방안도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산후조리원을 보면 서울의 경우 124곳 모두의 신생아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부산은 27곳 중 3곳에는 여전히 CCTV가 없다.

이날 부산시가 밝힌 CCTV가 설치된 신생아실 보유 병원 목록에는 아영이가 있었던 동래구 A 병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 병원은 사건 직후 폐업한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았다. 부산시의 현황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시가 병원 28곳 전부를 초기에 조사한 뒤, 설치되지 않은 곳만 추가 조사하면서 전체 현황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출산 예정이나 출산을 막 한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높다. 특히 출생률이 저조한 부산지역에서는 우려가 더욱 커진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은 부산의 경우 4.5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출생 자체가 적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기조차 잘 돌보지 못하는 게 부산의 현실인 것이다. 아영이 아버지는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병원으로부터 겨우 얻어낸 28일치의 CCTV에 24번의 아동학대 장면이 있었다”며 “이 CCTV는 24시간 작동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찍혀있는 거라면 평소에는 어떤 수준이었겠냐”고 말했다.

2019년 10월 아영이 사건 이후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뜨거웠다. 간호사는 아영이 다리를 잡고 거꾸로 들어올리는 등 학대를 했고, 바닥에 떨어뜨려 두개골 골절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아영이는 현재도 시각과 청각을 잃고 심각한 뇌병변 장애를 겪는다. 튜브로 하루 네 번 우유를 공급받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의료기관 내 신생아실 CCTV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에 막혔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부산시 안부호 의료시설팀장은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의료기관과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다”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CCTV 설치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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