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시간에 금정산서 ‘기원제’… ‘생각 없는’ 부산시학생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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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의 한 산하 기관이 일과 시간에 방역 지침을 무시한 채 산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안전기원제’를 지내려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좀처럼 꺾이지 않은 상황 속에 공공기관이 종교성 짙은 행사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지침도 무시 교직원 동원
부산일보 취재 시작되자 하산

10일 오후 부산시학생교육원(금정구 금성동)과 부속 한빛학교 교직원 37명은 미리 준비한 돼지머리와 떡, 음료수 등을 싸들고 금정산을 올랐다. 여기에는 예산 50만 원이 들었다. 이들이 일과 시간 중 금정산 산행에 나선 것은 올해 교육활동의 안전을 기원하고 구성원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기원제를 열기 위함이었다.

기원제 장소는 금정산 고당봉 부근으로 평소 무속인들이 제사를 지내기 위해 자주 찾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생교육원은 직원들에게 물품 이동과 제단 차림, 기원제 진행, 기원문 낭독, 행사 뒷정리 등의 역할을 배정하는 등 기원제 준비를 철저하게 완료했다. 하지만 의 취재가 시작되자 교직원들은 기원제를 포기하고 산에서 도로 내려왔다. 학생교육원 측에 따르면 이번 기원제는 학생들의 안전을 비는 취지로 매년 진행돼 온 행사였다. 학생교육원은 산행 중 거리두기를 위해 교직원들의 출발 장소를 4군데로 나눴다.

하지만 어차피 모든 직원들이 고당봉 주변 기원제 장소에서 모일 예정이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하루에도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300~400명씩 쏟아지는 와중에 이처럼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기원제를 위한 산행에 나선 것은 역설적으로 ‘안전’을 외면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기관에서 종교적 성격의 행사를 매년 되풀이해 온 것도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학생교육원 관계자는 “기원제를 종교와는 관계 없이 오로지 학생 안전을 위해 진행해 왔다”면서도 “코로나19 시국에 행사를 강행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산행 중 교직원들이 협의해 기원제를 취소하고 다시 내려왔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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