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불편·필요에서 태어난 제품, 입소문 타고 매출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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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테크] 말랑하니

말랑하니(주) 박성준 대표가 부산 센텀 본사에서 인기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소비자만 바라보고, ‘제품력’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8년 부산에서 만들어진 유아용품 기업 ‘말랑하니(주)’는 지난해 매출 40여억 원을 달성했고, 최근 미국계 투자회사인 스트롱벤처스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아 주목받고 있다.

40여 개 제품 중 16개 제품이 네이버 분야별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PPL광고(간접광고) 한번 없이 인기 육아예능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한다. 한 달 택배 물량만 2만~3만 개. 월 신생아 수가 2만~3만 명인 걸 감안하면, 최근 아기를 낳아 키우는 이들 대부분이 말랑하니 제품을 사용해봤거나 적어도 이름은 들어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15명이던 직원은 지난해에 4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성장 비결이 뭘까. 말랑하니 박성준 대표를 지난 11일 부산 센텀 본사에서 만났다.


리뷰·맘카페 등서 아이디어 얻어
‘신생아 속싸개’ 효자 상품으로
16개 제품, 네이버 판매 1위
미국계 투자회사 시리즈A 유치
“부산,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
제조 인프라 잘 갖춰져 있어”


■‘매출 달성’보다 ‘문제 해결’이 목표

상당수 창업 기업들이 회사를 단번에 일으켜 세울, 소위 ‘대박 상품’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유행’에 민감하고, 유행이 가기 전 온라인에서 ‘반짝’ 매출을 늘리려고 매출 20~30%를 광고비에 쏟아 붓는다. 하지만 말랑하니는 ‘불편’과 ‘필요’에서 제품 구상을 시작한다. 광고비는 매출의 2% 안팎에 불과하다. 오로지 ‘입소문’으로 매출 신장을 이뤄낸다.

“제품 리뷰나 맘카페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편입니다. ‘육아 불편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그런 제품이 없다고? 그럼 우리가 만들자.’ 그래서 상품을 기획할 때도 매출이 아닌, 문제 해결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그렇게 40여 개 제품이 태어났다. 예컨대, 인기 제품인 수유등의 경우 아기를 재우면서 직접 불을 끄기 힘든 상황에서 착안, 발로 뒤집어서도 끌 수 있게 만들었다. 방향에 따라 아이 쪽으로는 불빛이 가지 않게도 할 수 있고 90도, 180도 회전에 따라 30분, 1시간씩 타이머 기능도 있다.

신생아 필수품 속싸개도 우리나라는 아이를 덥게 키워 태열이 많이 생기는 특수성을 고려해 메시 오가닉 소재 원단을 직접 개발해 제품을 만들었다. 속싸개는 말랑하니의 최고 효자 제품이 됐다. 직원 중 10명이 아이템 개발을, 1명이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말랑하니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너넨 안 된다”에서 투자 유치까지

박 대표는 대학 1학년 때 첫 창업을 하고 학교를 자퇴했을 정도로 일찍부터 스타트업의 매력에 끌렸다. 10여 년간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했고, 유아용품 회사에 들어가 제품을 개발해 40억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사업’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나왔다.

“친구 2명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동업을 했을 때였어요. 하루 한 끼, 식비는 무조건 2천 원으로 버텼고요. 저도 아이 셋의 아빠였는데 월 20만 원씩을 받아갔죠.”

1년 동안을 시장 테스트 기간으로 잡아 시장 반응을 살필 때였는데, 중국 공장이 국가 특수 상황으로 문을 닫아 언제 문을 열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준비한 아이템을 포기해야 될 상황이 되자 동업자들이 모두 나갔고, 박 대표 혼자 남게 됐다.

“그때부터 더 허리띠를 졸라맸던 거 같아요. 언제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온다면 돈이 있어야 제품을 더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처음에 론칭한 4개 브랜드 중 유아용품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기업 이름도 유아용품 브랜드인 ‘말랑하니’가 됐고, 2018년 법인도 설립했다. 말랑하니라는 이름도 고객 리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튜브로 된 아기 의자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다 육아용품 리뷰를 밤새도록 봤어요. 그때 엄마들 반응이 ‘말랑말랑하니 괜찮네’‘부드러워서 좋네’였어요. 국민 육아템, 꿀(Honey, 하니)템으로 탄생시키자는 의미에서 말랑하니로 이름을 짓게 됐어요.”

지금은 스타트업계에서 ‘알아주는’ 기업이 됐지만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이 “너희는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유일하게 말랑하니를 알아봐 준 곳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라이머’였다. 프라이머에서 3년 동안 지켜본 투자자 한 명이 미국 벤처캐피탈 스트롱벤처스 소속으로, 최근 부산에 내려와 박 대표를 만나고 15억 투자를 결정했다. 스트롱벤처스는 쿠팡과 당근마켓을 발굴한 곳으로 유명하다.

■직원, 아이 키우는 ‘육아인’ 많아

“지나고 보니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더라고요.” 박 대표가 시간을 쪼개 강연도 나가고, 도움을 요청하는 창업자들에게 2~3시간씩 컨설팅을 해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박 대표는 부산경제진흥원과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그리고 투자자와 선배 창업자들 조언 덕분에 말랑하니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부산은 스타트업을 하기에 정말 좋은 도시입니다. 제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속싸개 제품 같은 경우도 쿠팡에서 7000개가 팔렸다고 주문이 다시 들어왔는데 다른 지역 같으면 저희 같은 스타트업이 며칠 안에 그걸 쳐낼 수 없거든요. 부산은 봉제공장들이 많이 있으니 며칠 안에 가능했죠.”

박 대표는 또 말랑하니 성장의 숨은 공로자로 ‘멤버 고객’을 꼽았다. 멤버 고객을 위해 만든 ‘하니박스’ 또한 말랑하니의 인기 품목. 배송비 주고 사기엔 아까운 양말이나 작은 소품, 임신테스트기 보관함 등을 배송비 정도만 받고 보내주는 품목이다.

해외 진출을 권하는 이도 많다. 그러나 박 대표는 깐깐한 한국 소비자에게 충분히 검증을 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미 베트남, 중국, 홍콩 등지에서는 소매가로도 대규모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

말랑하니 직원 중 유독 아이 키우는 ‘육아인’들이 많다. 실제로 이 직원들이 제품 피드백도 자주 주고 아이디어도 많이 낸다. 말랑하니는 자율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월요일에는 육아인들의 경우 오전 11시 반 이후 출근토록 한다. ‘주말 뒤 숨 돌릴 틈’을 선물하려는 배려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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