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예산 쏟은 청사포마켓, 흉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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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가 텅 빈 채 놓여있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마켓.

16일 오전 9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 마을버스 종점 정류장 옆 항구에 창문 하나 없이 지지대만 남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청사포마켓’이라 표시돼 있었지만, 내부 콘크리트 바닥에는 사용하지 않는 활어 수족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건물 곳곳은 녹이 슬었고, 입구 쪽 나무데크 발판은 부서진 상태였다.

행복한 도시 어촌을 만들기 위해 세워진 부산 해운대구 중동 청사포마켓이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인다. 인근 주민들이나 관광객 등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부산시는 2012년 ‘행복한 도시어촌 청사포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3억 9700만 원을 투입해 연면적 254㎡ 규모로 청사포마켓의 건물을 지었다. 개장 초 청사포마켓은 미역뿐만 아니라 어촌계 해녀들이 채취한 전복, 해삼, 소라 등을 판매해 관광객 발길이 잦은 편이었다. 멋진 풍광에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 주체가 두 차례 바뀌면서 점차 활기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부산시에서 해운대구청으로 청사포마켓 관리 사무가 위임됐고, 2016~2018년 지역 주민 등으로 구성된 청사포마켓 운영위원회가 위탁 운영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간에서는 마켓을 지속적으로 운영하지 않았고, 관리 의무를 가진 해운대구청도 마켓 운영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해운대구청은 2019년 9월 태풍 ‘타파’로 청사포마켓 유리 등이 깨진 이후에는 운영이 재개된 적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민설명회나 소규모 행사 장소로 가끔 활용되는 실정이다. 해운대구청 장철호 해양수산팀장은 “청사포마켓이 한때 식당처럼 운영되기도 했는데 인근 상인회 반발에 부딪힌 이후 활용도가 낮아진 영향도 크다”고 해명했다.

청사포마켓에 들른 관광객들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이달 초 청사포를 찾은 이지수(28·여·서울 노원구) 씨는 “조개구이를 먹고 항구로 산책을 하러 갔는데 마켓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된 채 텅 비어 있었다”며 “차라리 간단한 먹거리나 작은 기념품이라도 팔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해운대구청은 청사포마켓을 재정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일자리경제과 오정은 주무관은 “기존 청사포마켓을 관광객 쉼터 등으로 대체하고, 어업인이 사용하는 어구 창고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청사포항 어촌뉴딜 300 사업의 일환으로 재정비를 시작해 2022년에는 공사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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