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06. 점에 대한 해석, 이우환 ‘점으로부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현대미술은 재료와 기법에 따라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표현방식을 수용하고 있다.

이우환(1936 -)의 작업은 원초적 물성과 배치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입체작품, 그리고 반복적 행위를 통해 나타나는 평면작품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그가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일방적이지 않은 상호관계의 작용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입체와 평면 모두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맥락이다.

모노하(物派) 활동 시기의 초기 작업에서 나타난 작품들은 입체작품인 ‘관계항’시리즈가 많다. 표현을 위해 ‘그리다’라는 개념보다, 사물 그 자체와 만남의 현상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두다’라는 행위를 통한 작업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다듬고 가공하지 않은 자연에서 얻은 사물 그 자체를 놓아두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한다. 동일한 관계 속에 상호작용이 통(通)하도록 위치와 거리와 구조를 고민하고 놓아두는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 최초의 인류는 소통이나 기록을 위해 뾰족하고 딱딱한 물체나 돌로 흙이나 나무에 자국을 내는 방식을 사용했고, ‘긁다’라는 행위 또는 표식을 위해 놓아두는 행위의 진화는 표현의 진화이다.

흔적을 표시하면서 남기는 ‘점’은 찌르기 또는 두기와 연결되고, 이우환의 ‘점’시리즈와 관련지어 볼 수 있다. ‘찌르기’나 ‘두기’의 결과는 움직임이 없고 그 자체로 끝난다. 장소성에 따라 사물을 표시하거나 나타내기 위한 방식이기도 한데, ‘점찍어 두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물의 존재를 소유하려는 표현이다.

이우환의 회화 작업에서 점의 행위는 동일한 방식이지만 그만의 특이한 점이 존재한다. 행위의 연속성으로 인해 방향성을 제시하고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방향의 시작은 정해져 있으나 끝은 어디까지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 단, 이우환의 점은 유에서 무로 이동하며, 유한에서 무한공간으로 이동하고 무한은 우주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