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화합, 상의 선거의 마무리이자 새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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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경제부 산업팀장

여러 부작용과 결함에도 민주주의에서 선거에 의지할 일이 많다. 구성원에게 다양한 의견을 묻고 뜻을 하나로 모으기 어려울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끝내 다른 방법을 못찾았을 땐 선거로 답을 구할 수밖에 없다. 공정성이 흔들릴 때도 있다. 금품이 오가거나 권력이 개입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직 선거는 수 많은 선거를 치르며 보완을 거듭했고, 부정·불법 선거도 사실상 퇴출시켰다.

공직선거법 적용을 받지 않는 선거는 여전히 허술한 게 사실이다. 규정부터 허점이 많다. 규정의 모양은 갖춰도 선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때도 많다. 부정과 불법이 스며들 개연성이 큰 것이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선거 참여자들이 공정 선거를 위해 애쓰고, 결과에 승복, 아름다운 화합을 이뤄내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하면 된다.

27년 만의 상의 선거 ‘치열’
허술한 규정·운용 보완해야
부산 경제·상의 혁신 의지 확인
새 상의 첫걸음, ‘경쟁자 포용’

이번 부산상공회의소 선거를 앞두고도 부산 각계의 우려가 컸다. 사실상 사상 처음으로 전체 상의 의원 120명을 뽑고, 뒤이어 그들을 대의원으로 한 회장 선출 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과연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실제 선거 과정에서는 규정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체납 회비를 일시에 내면 선거권을 확보할 수 있다든지 추가 회비 1만 원을 내면 추가 선거권을 확보할 수 있는 등 미비점이 상당했다. ‘돈 선거’ ‘불법 선거’ 우려가 뒤따랐다. 1만 명가량의 회원사들은 선거 내내 ‘표를 달라는 청탁과 회유 때문에 힘들다’고 아우성이었다. 무엇보다 큰 기업에는 선거권을 더 주고, 작은 기업 선거권은 적은 ‘불평등 선거’라는 점은 부산 상공계가 본질에서 고민해야 할 숙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부산상의 역사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이벤트였다고 평가한다. 직전 상의 의원 선거를 치른 때가 1994년이었으니 이번 상의 의원 선거는 27년 만에 진행된 선거다. 27년 전에는 특별 의원 4개만 경선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전체 상의 의원 120명을 새로 뽑았다. 향후 상의 선거가 다시 치러진다면 이번 선거가 표준 역할을 할 것이다.

기업인들부터 선거 후 “회원사로서 중요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회비 대납 등 시비를 가려야 할 일도 남겼지만 부산 상공계 안팎에서는 대체로 차분하게 선거를 마무리 지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상의 일반 의원 후보 135명과 특별 의원 후보 27명을 담을 A3 용지보다 큰 투표 용지를 준비하고 예행연습을 하느라 연일 야근을 이어간 부산상의 사무처의 고생도 컸다.

나아가 이번 선거는 부산 경제와 상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역 기업인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지역 상공계는 상의 의원 정원의 3분의 1가량인 35명을 교체하는 변화를 택했다. 회장 선거에서도 지역 상공계 전체를 대표한 상의 의원들은 50대인 장인화 동일철강 회장을 선택, 그에게 지역 경제 재도약을 지휘할 역할을 맡겼다. 통상 20명 안팎의 상의 의원 선거가 교체된 과거와 비교해 상당한 변화를 이뤄냈다.

최종적으로 아름다운 선거로 마무리 짓는 일 역시 지역 상공계 전체의 몫이다. 그 첫걸음은 상공계 화합일 것이다. 일반 시민 관심은 낮았지만 지역 상공계 전체가 수개월 매달린 ‘빅 이벤트’였고, 결과에 촉각을 세운 치열한 경쟁이었다. 선거를 치르느냐, 마느냐를 놓고 23대 상의 회장단을 향해 일단의 상공인들이 법원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첨예한 갈등도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일부 상공인이 사법 처리까지 받을지 모르는 회비 대납 문제를 제기했고, 고소·고발전도 예고한 상황이다.

‘새로운 상의’는 앞으로 뜨겁게 펼친 경쟁을 넘어 상대를 보듬고 끌어안아야 한다. 우선적으로 화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상의 운영도 순탄할 수 없다. 역대 상의에서 선거 후 경쟁자를 배제하고, 패배한 쪽은 설욕을 다짐하며 갈등하는 일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만큼 자칫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상공계 화합은 부산 경제 재도약과 상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수 년간 부산 경제계가 한 목소리를 낼 때가 잦아졌다. 가덕신공항 건설,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서부산 개발 문제 등 굵직굵직한 부산 현안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당연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때론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인들이 단합하는 일은 자세히 살펴보면 부산 경제의 위기와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새 회장과 의원들이 앞장서서 상공계 화합을 이끌어내고 머리를 맞대야만 기업인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시도에 나설 수 있다. 새로운 상의가 아름답게 선거를 매듭짓기를 기대한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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