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윗돌’ 빼서 ‘재정 아랫돌’ 괴려는 통영시의 단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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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통영시의회 간담회에서 김미옥 의원이 서영준 기획예산담당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재정 공백을 메우려 각종 기금을 폐지하고, 적립금을 일반사업 예산으로 활용하기로 해 논란이다. 시는 현안 사업에 우선 투입해 급한 불을 끈다는 계획인데, 찬반이 분분하다.

통영시는 6일 통영시의회 의원 간담회에서 ‘지방재정 운용 건전성 확보를 위한 기금 정비 및 활용 계획’을 보고했다. 핵심은 실효성 낮은 기금사업을 폐지해 일반회계 사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기금 정비·활용 계획 시의회 보고
11개 중 ‘관광 진흥’ 등 5개 폐지
‘여유재정 확보, 경제 활성화’ 명분
의원들 “당장 위기보다 미래 생각을”

현재 통영시가 설치·운용 중인 기금은 모두 11개. 통영시는 행정안전부의 2019년도 기금운용 성과분석 결과와 올해 자체 기금운용 방향을 토대로 저소득주민생활안정, 양성평등, 중소기업육성, 노인복지, 관광진흥기금 등 5개를 폐지하기로 했다. 사업실적이 저조하거나 이자 수입이 적고, 타 회계 의존율이 과하다는 이유다. 5개 기금의 작년 말 기준 총 조성액은 104억 5700만 원. 이 중 관광진흥기금이 56억 5100만 원으로 절반 이상이다.

통영시는 연말까지 이들 기금 폐지를 통해 100억 원 이상의 여유 재원을 확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매칭사업비’가 큰 문제다. 국·도비 지원 사업 정상 추진을 위해 올해 시가 부담해야 할 최소 분담금이 200억 원이다. 폐지할 기금을 모두 합쳐도 절반에 불과하다. 이에 기부금으로 조성한 인재육성기금 136억 원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기로 했다. 기금을 미리 쓰고 3년 뒤 원금에 최소 이자를 더해 다시 채워 넣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안일한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은 맞지만, 기금까지 폐지할 정도는 아닌 데다, 용도가 정해진 기금을 일반회계로 돌리면 목적에 맞지 않게 허비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광기금은 지역 경제 버팀목인 관광산업 재투자 재원으로, 이를 폐지하는 건 주력 산업의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시의회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김미옥 의원은 “일반회계에 있으면 급할 때 다른 데 쓰일 것”이라며 “당장의 위기에 급급하지 말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성덕 의원도 “돈은 쓰기는 쉬워도 모으기는 힘들다. 관광진흥기금은 특수한 목적을 갖고 조성한 돈이다. 지금 계획대로 찔끔찔끔 써버리면 의미도, 흔적도 없어진다”고 언성을 높였다. 배윤주 의원은 양성평등 기금 폐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배 의원은 “기금이 있는 지금도 관련 사업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 기금마저 없어지면 그나마 해 오던 일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영준 통영시 기획예산담당관은 “일반회계로 돌려도 애초 설정한 기금 목적에 우선 사용하고 나머지는 매칭사업비로 투입할 계획”라고 선을 그었다. 또 “관광진흥기금의 경우 대부분의 국·도비 사업이 관광 인프라 구축으로 궁극적으로 기금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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