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 터키, 정상회담서 EU 집행위원장 자리 따로 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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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왼쪽) EU 집행위원장이 터키 외무장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다. 도이체벨레 홈페이지 캡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터키로부터 외교적인 푸대접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 측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자리만 준비하고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자리는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파 게이트’라고 부르며 터키가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여성폭력방지협약 탈퇴한 터키
EU 상임의장에게만 의자 제공
의장과 동급 위원장은 ‘소파에’
‘성차별적 처사 확실’ 비판 봇물

7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EU-터키 정상회담이 열린 회의장 중앙에는 미셸 상임의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앉을 의자 2개만 배치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당황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지만, 결국 터키 외교부 장관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외교 의전 서열상 미셸 상임의장과 동급의 의전을 받아야 하지만 장관급 대우를 받은 데 그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벌어진 일은 다분히 의도적인 ‘외교적 결례’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회담은 터키가 여성 폭력과 가정 폭력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고 친쿠르드계 정당을 폐쇄하려는 시도를 취한 뒤에 열렸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EU 남성 정상들과 만날 때에는 3명이 나란히 동일한 의자에 앉은 만큼 이 같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U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른 폰데어라이엔에 대한 터키의 이같은 외교적 결례를 두고 스페인의 유럽의회 의원 이라트세 가르시아 페레즈는 SNS에 ‘#여성의 권리(#Womens Right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터키는)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더니 이제는 공식 회담에서 여성 집행위원장의 자리도 마련하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네덜란드의 유럽의회 의원 소피 인트 벨트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자리가 없는 것을 두고 미셸 상임의장은 왜 침묵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회담 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터키가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지만, 외교적 결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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