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사각지대’ 등산로 살인사건, 미궁에 빠지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미궁에 빠지고 있는 부산 서구 시약산 살인사건을 계기로 부산 등산로의 범죄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산길에서 벌어지는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부산의 등산로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율이 낮아 ‘범죄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우려다.

시약산 사건 열흘째 오리무중
산길 범죄 늘지만 방범은 미흡

부산경찰청은 “지난 3일 시약산 등산로에서 7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돼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 씨가 발견된 지 11일이 지났지만 범인에 대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형사과는 “등산로 인근에 CCTV나 목격자가 없다. 현재까지 피해자가 당일 오전 5시에 집을 나서는 영상만 확보된 상황”이라고 수사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실제로 부산은 산지가 많지만 CCTV 설치율이 낮아, 등산로가 범죄에 취약한 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9년 12월 기준 부산지역 숲길에 설치된 CCTV는 19대. 전국 숲길 CCTV 1423대 중 절반이 넘는 787대가 서울에 몰려있는 반면, 부산은 1.3%에 불과하다.

반면 산길이나 외진 들판에서 발생하는 일명 ‘산야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산야범죄 건수는 2015년 8642건이던 것이 2019년 9878건으로 14% 가까이 증가했다. 강력범죄도 매년 1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 탓에 등산 인구도 급증하고 있어 산야 범죄가 더 잦아질 우려도 있다.

산야 범죄 예방을 위해선 CCTV 확충이 필요하지만, 관련 업무를 추진해야 할 일선 구·군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서구청 구민안전과 관계자는 “일단 등산로에는 CCTV를 설치하려면 별도의 전선 설비가 필요해 비용이 15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도심보다 민원이 적어 설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등산로 주요 진·출입로만이라도 CCTV를 설치할 것을 주문한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최종술 교수는 “모든 등산로에 CCTV를 설치하는 건 매우 어렵고 효율적이지 않다”면서 “등산로 출입로 등 일부 장소에만 CCTV를 설치해도 범죄 예방과 수사에 효과적이다. 비용 대비 효율을 잘 따져서 CCTV와 비상벨 등 방범 시설물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공한수 서구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민 안전을 위해 추경에서 예산을 편성해 등산로에 CCTV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상배·손혜림 기자 sangbae@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