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연계 일자리 창출, 모범적 산학협력도시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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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호 시정 과제] 5. 지역대학의 위기

“부산을 5년 안에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인 산학협력도시로 만들겠다.”

메니페스토 질의서에 드러난 박형준 부산시장의 후보 시절 일성이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부산 지역 대학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는 등 백척간두에 선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박 시장이 이러한 지역 대학 위기를 타개할 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산학협력 강화.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일자리 창출로 대졸자 구직난 해소의 물꼬를 튼다는 구상이다.

23개 대학 한 해 졸업생 5만 명
재정만 연간 2조 2000억 달해
인공지능 등 7대 분야에서 협력
‘산학협력 센터’ 만들어 집중 지원
창업 펀드 조성 구직난 해소 물꼬
‘서울 캠퍼스 타운’ 좋은 반응
부산 6개 대학 8개 사업 진행
예산 부족에 성과 한계 우려도

■박 시장 산학협력, 어떻게 다른가

부산은 일반대 15곳과 전문대 8곳 등 23개 대학을 가진 ‘대학 도시’이다. 대학 재정만 연간 2조 2000억 원이며, 한 해 졸업자도 5만 명에 이른다. 또한 대학 구성원은 20만 명이 넘으며, 대학의 한 해 경제적 가치만 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대학이 문을 닫으면,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역 대학의 폐쇄는 인재 유출과도 직결된다. 수도권으로 가는 젊은 층이 만만치 않은 상황을 가속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박 시장은 동아대에서 교편을 잡았기에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랬기에 산학협력 강화로 이런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계획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는 그동안 체계적이지 못했던 산학협력 시스템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우선 모든 지역 대학과 △인공지능 △해양신산업 △문화콘텐츠 △관광 마이스 △블록체인 △에듀테크 △의료헬스케어 등 7대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기존 기관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산학협력을 집중 지원할 ‘산학협력 센터’도 만들어 특성화된 산학협력 공간을 창출한다. 이와 함께 ‘사이언스 파크(과학기술단지)’를 조성, 연구개발 분야의 산학협력도 추진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역 대학이 고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졸업자들이 갈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이 점을 인식하고 ‘도심형 청년 일자리’ ‘스마트형 4차 산업 일자리’ 확충 공약 이행으로 일자리 창출에 시동을 건다. 도심형 청년 일자리 창출은 창업펀드 조성과 기업 현장 연수 기반 산학협력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특히 각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의 특성에 맞는 산학협력 지원을 통해 실무 연계형 취업으로 연결하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호환 동명대 차기 총장은 “지금까지 외딴곳에 산학협력 시설을 짓는 등 지자체·대학·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 박 시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지역 대학의 관심도가 높다”고 말했다.



■산학협력 넘어 민·관·학 연계 중요

대학과 민간·기초단체의 연계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야 시민 삶의 질과 도시 품격이 높아진다. 국내에서는 ‘서울 캠퍼스 타운’이 모범 사례다. 이는 서울시, 대학, 기초단체, 시민단체 등의 협력을 통해 대학 주변 지역을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34개 대학에서 사업을 수행 중이다. 캠퍼스 타운은 일자리 창출과 환경 개선, 지역 상권 활성화 등 여러 사회문제를 대학과 연계해 해결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부산에서도 대학과 기초단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역 사회 상생협력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부산의 6개 대학이 8개 사업에 선정됐다. 컨소시엄 유형 중 단기형으로 부산가톨릭대가 ‘초고령사회 웰다잉 건강 생태계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서대는 지역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에버그린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총예산이 2억 8500만 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사업별로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수천만 원 수준이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서울 캠퍼스 타운의 경우 사업당 50억~100억 원을 지원한다. 그 결과 지난해 서울 캠퍼스 타운의 646개 창업기업은 34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당 사업이 시작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646개 기업이 성장 중이다. 게다가 올해에는 서울대, 숙명여대, 서강대 등 10여 개 학교에 창업 지원 공간 20곳이 추가되고, 34개 대학에서 369개 창업 기업을 새로 육성한다. 앞으로 1000개 이상의 창업기업이 탄생하는 셈이다.

고영삼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은 “많은 도시 문제를 해결할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일례로 산업과 무관해 보이지만 시민 행복 증진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부산가톨릭대의 웰다잉 사업 같은 부분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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