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살길은 메가시티뿐” 확인한 박형준-김경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6일 4·7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부산시청에서 만나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목표로 초당적 협치를 약속했다. 김 지사가 부산미래혁신위원회에서 하는 특강을 박 시장이 자리에 앉아 지켜보는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박 시장이 경남, 울산의 여당 출신 수장들과 협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깨는 보기 좋은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당선 일주일 만에 가장 먼저 김 지사를 초청한 사실도 칭찬할 만하다. 지금까지 김 지사가 메가시티와 관련한 주도권을 쥐고 추진해 온 게 사실이기에 그의 이야기에 먼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부울경의 생존이 달린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주도권 쥔 김 지사, 이해력 높은 박 시장
여야 협치로 완성, 한국 정치 모범 기대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부울경은 지금 불행하게도 나란히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9만 3000명의 20~30대가 수도권으로 유입됐는데, 이 가운데 지역의 청년이 3만 2000명에 달했다. 청년들이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니 지역 기업체는 구인난을 겪고, 지역 대학은 학과 통폐합 수준을 넘어 폐교 위기로 치닫고 있다. 2019년 한국의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를 넘어섰으니 세상천지에 우리 같은 나라는 없다. 수도권 초집중화의 결과는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조차 연애, 결혼, 출산을 엄두도 못 내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라의 큰 위기가 온다.

부울경의 살길은 메가시티다. 지난 14일 열린 ‘동남권 발전계획 수립 공동연구’ 결과보고회에서도 부울경을 통합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공동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울경 800만 명의 동남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설 수 있다. 우선 부산, 진주, 울산, 창원 등 4개의 거점도시를 1시간 생활권으로 만들 광역 대중교통망이 범국가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가덕신공항도 동남권 메가시티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빼놓을 수 없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도 부울경이 힘을 모으면 명분이나 경쟁력에서 훨씬 유리해진다. 정부 역시 메가시티 사업을 중요 정책으로 속히 채택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부울경 통합을 주장하고 ‘5+2 광역 통합안’을 마련한 주인공이다. 당시에 동남권 광역인프라 구축을 위한 남부권 신공항 추진 또한 약속했으니 메가시티에도 일가견이 있다고 하겠다. 박 시장 취임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그동안 늦춰진 부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광역특별연합 집행기관과 의회의 내년 출범이 목표다. 그동안 메가시티가 여당의 관심사로만 머무르는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여야 협치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완성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모범이 되어 주길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