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 오륙도’ 명성 오염시키는 바닷가 불법 텐트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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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지로 지정된 부산 남구 오륙도 인근 바닷가가 불법 캠핑족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곳임에도 한 달 넘게 텐트를 치고 자리를 독점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지만, 부산 남구청과 해수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주말이었던 지난 11일 오후 2시께 취재진이 찾은 부산 남구 오륙도 선착장 옆 바닷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캠핑 텐트 10여 개가 있었다. 이곳에 가족과 캠핑을 나온 시민들은 텐트를 펼치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텐트들 주변에는 먹다 버린 음식물 포장지와 플라스틱들이 나뒹굴었다.

남구 오륙도 선착장 옆 해안가
10여 개 텐트… 쓰레기 뒹굴어
한 달 이상 장기 체류 하기도
남구-해수부, ‘네 탓’ 공방만

바닷가 주변에는 ‘텐트 설치 및 취식행위 금지’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이를 신경쓰는 관광객은 없었다. 이곳을 가족들과 찾은 한 상춘객은 “잠깐 몇 시간 놀다 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다 한다”고 말했다.

텐트 수가 늘면서 텐트 설치가 가능한 곳을 독점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텐트를 한 달 여 넘게 쳐 두는 경우도 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 모(45) 씨는 “거의 살림을 다 텐트에 옮겨다 두고 살다시피하는 경우도 봤다”며 “자리를 맡아두는 건지 뭔지 한달 내내 텐트를 쳐두거나 몇 주동안 텐트를 쳐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당 지역은 ‘명승 제24호’로 지정된 오륙도 인근에 위치해 있어 텐트 등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행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용기준 마련 지침’에 따르면 문화재와 역사문화환경 보호를 위해 제한이 불가피한 구역은 심의를 받아야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텐트들이 쳐진 바닷가는 ‘공유수면’에 해당돼 해수부의 허가도 받아야만 텐트 등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불법 텐트족이 판을 치고 있지만 관리 주체인 부산 남구청과 해수부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바닷가의 관리 주체는 해수부’라는 주장과 ‘민원처리는 남구청 소관’이라는 입장이 맞선다.

남구청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텐트를 치며 취식을 일삼는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며 “하지만 바닷가 앞 쪽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지역이라 엄연히 말하면 해수부 소관이다”고 주장했다. 문화재 관련법으로 잠깐 텐트를 치는 행위까지 단속하기 어려운 현실도 내세운다.

해수부 해양수산환경과 측은 “공유수면법상 일시적인 텐트 설치가 ‘공유수면에 폐기물이나 폐수, 오수 등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쓰레기 등 민원처리는 남구청 소관이다”고 밝혔다.

관리 책임이 있는 기관들이 책임을 미루는 사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있다. 울산에서 온 최 모(28) 씨는 “오륙도 아름다운 바닷가를 구경하려고 애써 왔는데 여러 군데 널브러진 쓰레기들과 바다 앞을 점유한 텐트들 때문에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고 꼬집었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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