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박형준 시장이 '내게 힘이 되는 시장'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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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정치부 차장

‘내게 힘이 되는 시장.’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 후 열흘 남짓 보여준 행보는 4·7 보궐선거 당시 자신이 내걸었던 선거 슬로건에 부합한다 할 만하다는 평가다. 박 시장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공식 1호 결재로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선택하면서 코로나19 여파로 벼랑 끝에 몰린 지친 민심을 다독였다. 요즈마그룹과 1조 2000억 원 규모의 중소·벤처기업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쇠락해가는 부산 산업 지형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과 함께 아파트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산에서도 올해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급증하는 등 조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개발·재건축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각종 규제에 칼을 대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선거에서 분출한 악화한 부동산 민심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정부로서는 가장 아프면서도 약한 고리를 때리고 나서면서 야당 시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진정한 ‘내게 힘이 되는 시장’으로서 시민들에 자리매김하려면 3가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1년 2개월의 임기 안에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바심이다. ‘점심시간 5인 이상 사적 모임 허용 추진’과 같은 ‘부산형 거리두기’ 정책이 대표적이다. 현장의 요구를 바탕으로 정부의 일률적이고 불합리한 방역 규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일견 이해 가지만 문제는 그 발언이 나온 시기다. 4차 대유행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할 만큼 최근 들어 부산에서도 확진자가 급증 추세에 있고, 박 시장 자신도 2번이나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을 정도로 코로나가 턱밑까지 밀어닥쳤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 상식과 동떨어진 ‘나홀로 방역 완화’ 기조는 시민들의 방역의식만 해이해지게 만들고, 상인들로서도 기약 없는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무너진 시정 수습이 우선이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해도 오거돈 전 시장보다는 낫다는 우월감이다. 박 시장은 62.7%라는 부산시장 선거 역사상 역대 세 번째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오 전 시장의 실정에 분노한 시민들이 표를 몰아준 것이다. ‘박근혜 탄핵 바람’을 타고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89.4%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 정권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과 독단으로 흘렀고 결국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국민들이 돌아섰다. ‘오거돈 기저효과’에 기대 자기 만족에 빠지기에는 부산의 현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못해서 이겼다”는 스스로의 선거 분석을 임기 내내 곱씹어야 한다.

세 번째는 참모에서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참모는 리더 한 사람만 보고 코드를 맞추면 되지만, 리더는 목표를 위해 정적과도 한 배를 탈 수 있는 포용력과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 가덕신공항 건설,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등 부산의 미래가 걸린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풀려면 정부·여당과의 협조가 필수다. ‘협치’에 실패해 박 시장의 재선이 물 건너가는 건 그렇다 쳐도, 부산 경제가 다시 나락으로 빠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wid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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