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공공기관장, 우후죽순 ‘○○ 챌린지’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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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이나 지자체장을 상대로 한 ‘릴레이 챌린지’가 난립하고 있다. 미션에 도전하는 기관장도, 그걸 지켜보는 시민들도 피로감만 가득하다.

공익 릴레이 챌린지의 시초는 2014년 미국에서 루게릭병 환자를 응원하는 ‘아이스버킷’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 이후 정부와 지자체, 기초의회 등에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진다. 주제는 플라스틱 줄이기부터 저출생 극복까지 다양하다.

영도구청장 15개월간 12건
연제구청장 11·동래구청장 9건
연이은 행사 시민들도 피곤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SNS에 공유한 뒤 다음 주자 세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보니 전국 공직사회를 무대로 온갖 챌린지가 난립한다.

부산시 16개 구·군 지자체장 중 챌린지에 가장 많이 참여한 이는 김철훈 영도구청장이다. 착한 임대인, 플라워 버킷, 덕분에, 스테이스트롱, 코로나19 극복 희망, 장애인식개선 등 15개월 동안 12건에 참여했다. 한 달에 0.8개꼴이다. 이성문 연제구청장이 11건, 김우룡 동래구청장이 9건, 홍순원 해운대구청장·최형욱 동구청장·정명희 북구청장·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이 각각 8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오규석 기장군수는 2건,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1건에 그쳤다.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은 이들 공익 챌린지가 초기 취지와 달리 인물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다. 동래구 주민 김 모(62) 씨는 “지자체장의 단순한 알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정부에서 수조 원 쏟아부어도 요지부동인 게 저출생인데, 그걸 사진 찍어 공유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느냐”며 비판했다.

일선 기초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 사이에서도 챌린지에 지목되는 게 난처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해당 기관장을 지목해 챌린지 참여를 요구하니 기관 수장으로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관장이 참여하면 해당 기관의 직원들은 홍보자료를 만들어 배포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장 B 씨는 “릴레이 챌린지는 단체장끼리, 기관장끼리, 기초의회끼리 줄줄이 이어지는데 계속하다 보면 솔직히 어떤 것을 했는지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다른 구청장들이 많이 참여해 왈가왈부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유일하게 참여한 챌린지인 ‘영세상인 임대료 지원 정책’은 코로나시대에 영세상인의 부담을 줄이려는 뜻이 좋아 동참했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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