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등산로 안전망’ 어쩌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시약산 사건 관할 서구 ‘발 동동’ 인근 지자체는 ‘강 건너 불구경’

부산 시약산 살인사건으로 인적 드문 등산로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사건 현장이 위치한 서구청을 제외한 인근 지자체들은 등산로 안전 확보에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19일 서구청에 따르면 최근 시약산 내 등산로 중 인적이 드문 곳 7개소에 가로등과 CCTV가 결합된 스마트폴을 설치하기로 했다. 사건 이후 긴급하게 등산로를 감시할 예방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예산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시약산 사건 관할 서구 ‘발 동동’
인근 지자체는 ‘강 건너 불구경’

하지만 수사당국은 서구청 만의 대책으로는 실질적인 등산로 안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약산은 구덕산, 승학산과 등산로가 연결돼 있고 구덕산과 승학산을 포함하면 주요 진출입로는 총 23개에 달한다. 서구에 속한 주요 진출입로는 4개소 뿐이라 스마트폴을 설치하더라도,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비슷한 강력 범죄가 일어나도, 범인이 사하구나 사상구 방향으로 도주하면 동선 확인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상구청과 사하구청은 현재 등산로 안전 관련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두 구청 모두 “시약산 살인사건 이후 등산로에 방범용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주거지나 도심에도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게 이유다. 다만 앞으로 설치 시 등산로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등산로는 보행안전법상 ‘보행자길’이다. 우범지역이나 인적이 드문 외진 보행자길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와 보안등이 설치돼야 한다. 그럼에도 2020년 12월 부산시가 내놓은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 기본계획’에는 등산로 관련 안전시설이나 CCTV 현황 파악, 분석은 전무하다.

부산시 걷기좋은부산추진단 측은 “사람이나 교통량이 많은 곳 위주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등산로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산지 특성상 경계를 접한 모든 지자체가 동시에 방범 대책을 마련해야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미 범죄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도주로를 확인하는데 여러 출입로마다 동선 파악 여부가 제각각이라면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동의과학대 경찰행정계열 박윤기 교수는 “등산로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다른 구로 뻗어나가는 구조다. 인접 기초지자체가 협심해 주요 갈림길이나 출입로 현황을 파악하고, CCTV나 비상벨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혜림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