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귀향 / 조향미(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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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우(宇) 집 주(宙)

우주의 욕조에

몸을 잠근다

물은 따뜻하고

넘실넘실 충만하다

길고 긴 세월

바람찬 거리에서

한개 외딴 얼음조각이었던 나는

스르르 물속으로 녹아든다

만물은 다만 출렁이는 물이어서

천지는 틈이 없다


-시집 (2018) 중에서-


인간의 몸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는 4만여 개 정도며 이 중 현재 활동하는 유전자는 250여 개이다. 그러면 인간 몸 안에 존재하지만 기능하지 않는 3만 9000여 개의 유전자는 무엇인가? 많은 과학자들은 이것을 지나온 인류의 역사라고 말한다. 우리 몸 하나 안에 지나온 인류의 진화 과정이 다 들어있다는 이야기이다. 현존하는 인류의 역사 300만 년 중에서 인류가 도구를 쓰기 시작한 것은 1만 년 전이며 문자를 쓰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이 짧은 기간에도 인류의 과학은 끝없이 발전하여 이제 머리카락 하나만으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고 생물의 복제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의학과 과학의 발전이 사자머리카락 속에 사자가 들어있다는 고려시대 법장 스님의 말씀을 실현시키고 있으며, 화엄경에 나오는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미세한 먼지 속에 우주가 들어있음도 밝혀내고 있다.

우주 전체의 모식도가 인간 세포의 구성 도표와 일치한다는 논리까지 듣고 나면 집이 우주이고 사람도 우주임을 이야기한 옛 선인들의 지혜가 놀랍다. 시인이란 일상 속에서 이런 지혜를 깨닫고 문자로 기술하는 자들이다. 이규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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