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67. 그레구아르 마레·로맹 콜랭·빌 프리셀 ‘아메리카나(Americ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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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 마레(Gregoire Maret)는 스위스 출신의 하모니카 연주자입니다. 그는 제네바 국립 고등음악원에서 수학 후 뉴욕으로 건너가 뉴스쿨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연주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요.

제가 그의 연주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앤디 밀네(Andy Milne)가 이끄는 ‘Dapp Theory’라는 재즈 밴드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밴드는 음악도 독특하지만 좀처럼 접하기 힘든 하모니카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즉흥 연주를 음악에서 만끽할 수 있었지요. 앤디 밀네는 뉴욕대 재학 당시 저의 피아노 선생님 중 한 분이었지요. 그 때문에 이 밴드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성격과 함께 그레구아르 마레 역시 새로운 음악과 비전에 대해 열정적인 아티스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레구아르 마레는 뉴욕 재즈계에서 독보적인 하모니카 연주자로 성장합니다. 지난해 그레구아르 마레, 로맹 콜랭(Romain Collin), 빌 프리셀(Bill Frisell)이 메인 아티스트로 함께하는 ‘아메리카나(Americana)’가 발매됐습니다. 이 앨범은 수상은 못 했지만, 올해 그래미의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그레구아르 마레는 스위스, 로맹 콜랭은 프랑스, 빌 프리셀은 미국 출신으로 다양한 지역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만나 ‘미국 음악의 근원’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간혹 지역적인 뿌리의 색채가 강한 음악은 듣는이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하는데 이 음악들은 꽤 친절합니다.

사실 이 프로젝트 앨범의 리더는 빌 프리셀입니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그는 재즈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아티스트 중 한 사람일 텐데요. 그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독일의 ECM 레이블을 통해 음악을 선보였지요. 제가 중학교 시절 처음 샀던 그의 앨범은 재즈라기보다 컨트리나 포크적인 성향이 물씬 묻어나왔고 독특했습니다.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색채의 음악이었지요. 지역의 전통적인 대중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그 외 지역이나 세상의 다른 음악을 포용하는 듯하다고 할까요.

로맹 콜랭 역시 무척 재능이 뛰어난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제가 버클리에 유학 당시 함께 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연주 실력만으로도 교내 재학생 중 가장 피아노를 잘 치는 학생으로 손꼽힌 학생입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기교를 뽐내지 않고 무척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주려는 태도,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세대가 다르고 지역이 다른 아티스트들이 들려주는 지역 음악에 관한 해석은 이제 지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지역과 세대를 건너 우리의 귀를 이끕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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