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수치’와 ‘부끄러움’은 쓰이는 맥락 조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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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이창일

“수치를 모르는 인간,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뻔뻔할 수도 있나!”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 세상.” 흔히 일상에서 쓰는 표현이다.

‘수치’와 ‘부끄러움’은 우리에게 낯붉힘을 일으키는 감정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둘은 쓰이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수치는 불편하고 자신이 위축되거나 못 견딜 정도로 참기 어려운 감정이 내면에서 피어날 때 느끼는 것이라면, 부끄러움은 불편하고 위축될 수는 있지만, 아닐 때도 있고 못 견딜 정도로 참기 어려운 감정은 아니다. 수치가 치욕이나 굴욕 같은 말과 연관돼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면, 부끄러움은 쑥스러움, 겸연쩍음처럼 중립적인 의미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은 한국 사회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수치의 실체를 규명한다. 또 왜 우리는 수치에 얽매이게 되었으며 동시에 왜 부끄러움을 망각하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지금처럼 부끄러움이 사라진 시절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이 범람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수치가 희미해진 모순된 풍경, 훗날 지금의 한국 사회를 규정할 때 누군가는 ‘죽은 부끄러움의 사회’라는 이름을 붙일 것이고, 또 혹자는 ‘수치 중독 사회’라고 부를지도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이창일 지음/추수밭/388쪽/1만 8000원.

정달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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