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여정 오스카 수상, 한국 영화의 질주 계속돼야 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여정 씨가 한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 25일(현지시간) 미국 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은 예상했던 대로 그의 차지였다. 지난해 ‘기생충’의 4관왕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아카데미는 인종적 장벽이 높기로 소문난 영화상이다. 특히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등 아카데미 4개 연기상은 백인이 아닌 배우가 수상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윤 씨의 수상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문화적 편견을 넘어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음을 뜻한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국민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점에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장벽 깨고 한국인 사상 첫 연기상
세계적 작품 배출하는 자양분 되길

지난해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매우 ‘로컬’(지역적) 하다”고 그 폐쇄성을 꼬집은 바 있다. 아시아 배우의 연기상 수상도 오스카 역사상 이전까지 단 한차례뿐이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1958년 일본계 배우 우메키 미요시가 처음으로 조연상을 가져갔지만 당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올해 아카데미는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20명 가운데 9명을 흑인과 아시아인 등 유색 인종으로 채우는 파격을 선택했다. 결국 윤 씨 말고도 감독상에 중국계 여성 클로이 자오가, 작품상에 자오 감독이 연출한 ‘노매드랜드’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윤 씨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는 것은 좋지 않다.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서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 내 인종차별, 아시아계 증오 움직임이 거센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울림이 큰 소감이다.

윤 씨의 오스카 수상은 난데없이 혹은 거저 주어진 게 결코 아니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 소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 개의 상을 휩쓸었고, 그는 이미 30개가 넘는 트로피를 받았다. 영화 ‘미나리’에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긴 그의 연기 공력은 1971년 영화 ‘화녀’ 데뷔 이후 한 가지 역할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새로움을 찾는 노력의 산물이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부일영화상 역사에서 신인상과 조연상, 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의 대기록을 가진 유일무이한 배우로 남아 있다.

지난해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은 아카데미 연기상까지 거머쥠으로써 세계적인 위상을 다시금 인정받게 됐다. 앞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한국 영화와 한국 배우가 더 많이 소개되고 배출되는 기회로, 나아가 한국 영화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산은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영화도시로서 더욱 각별한 소회를 느끼게 된다. 차세대 아시아 영화인을 키우는 역할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많은 작품들을 배출하길 기대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